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불만을 품고 택시 기사가 분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 사건이 또 발생했다.
카풀 문제 불만으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택시기사는 불과 2개월 간 3명이나 된다.
1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50분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택시에서 분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은 김모(62)씨로, 안면부에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돼 치료 중이다.
김씨는 개인택시조합 대의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차량 감식 결과 유증 반응이 양성으로 나왔다. 유증반응이 양성으로 나왔다는 것은 인화성 물질이 사용됐다는 의미다. 또 차량 안 조수석 보관함에서는 카카오 카풀 정책에 대한 불만이 담긴 유서성 메모지가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의 차량에는 ‘카카오 앱을 지워야 우리가 살 길입니다’, ‘카카오 앱을 지웁시다! 우리가 살기 위한 길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30년 이상 서울에서 개인택시 기사로 근무한 사람”이라며 “전부터 정부가 카풀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분신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 논란이 불거진 이후 택시 기사들의 차량 내 분신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발생한 사건은 지난해 12월10일 택시기사 최우기씨가 분신해 사망한 사고다.
최씨는 당일 오후 2시께 국회 경비대 앞 국회대로에 택시를 세운 뒤 안에서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최씨는 주변에 있던 경찰과 소방관의 구조로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2시49분께 결국 숨을 거뒀다. 당시 최씨는 “카풀이 무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기 바란다”, “카풀이 제지되는 날까지 나의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달라”는 등의 유서를 남겼다.
두 번째는 지난달 9일 오후 6시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임정남(65)씨의 분신 시도다.
임씨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다음날 오전 5시50분께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그는 이송될 당시 이미 중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 차내에서 녹아서 납작해진 기름통과 기름통 뚜껑, 가족들에게 남긴 짧은 글 등이 적힌 다이어리가 발견됐다. 1차 유증 반응에서도 양성이 나왔다.
임씨도 평소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동료들에게 카카오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다음날에는 불법 카풀영업 척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임씨가 동료들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임씨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소통한다더니 웬말이냐”며 “60대가 주축으로 이뤄진 택시기사들은 다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