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소형 전시실-갤러리카페서 예술사진 등 이색 전시회 잇따라
청년 작가들의 문화적 지평 넓혀
8일 인천경찰청 1층 미추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생각 속에 갇힌 세상’ 전시회를 찾은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오른쪽)이 김노천 작가에게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8일 인천경찰청 본관 1층 대회의실로 이어지는 통로의 복도형 전시실 ‘미추홀갤러리’. 경찰관과 민원인들이 오가는 딱딱한 실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예술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물 위의 여체 나신(裸身)과 인천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생각 속에 갇힌 세상’ 전시회다.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 작품에는 사람 동식물 정물을 비롯해 여러 피사체를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합성한 사진이 많았다. 전시 안내문에는 ‘디지털화한 여러 이미지에서 오브제를 하나하나 복제한 다음 작가 상상 속에서 독립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해 또 다른 세상을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공식기록촬영단장을 지내는 등 다큐멘터리사진을 주로 찍는 김노천 사진작가(53)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전시회를 찾은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은 인천 앞바다 상공을 나는 갈매기 사진 앞에 섰다. 보석 같은 푸른빛이 도는 바닷물 위로 갈매기 세 마리가 흰 구름을 향해 비상하는 작품 ‘갈매기’다. 그 옆의 사진 제목은 ‘전파’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있는 영흥도에서 뻗어 나온 전깃줄 가닥들이 먹구름 아래 대형 송전탑과 송전탑 사이를 잇는 풍경을 담았다. 이 회장은 “인천의 상징적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한 것 같다”며 두 작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소형 전시공간이나 갤러리카페 같은 비주류 전시장에서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가 뜸한 겨울철, 시선을 모은다.
근대건축물이 많은 인천 중구 싸리재 ‘잇다 스페이스 갤러리’에서는 ‘뉴트로 1920’ 전시회가 28일까지 이어진다. 1920년대 소금창고로 건립된 이 건물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식 한증막, 서점 등으로 쓰이다 20년간 비어 있었다. 그러다 4년 전 카페를 겸한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이 전시회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사람 자연 문화가 공존한다는 주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명에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라는 말을 넣은 이유다. 신진 예술가 29명이 작품을 내놓았다. 전시를 기획한 고제민 작가는 “청년작가들의 문화지평을 넓혀 인천의 예술과 문화가 역동적으로 연결되는 망(네트워크)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공원 인근 서담재갤러리(중구 송학동)에서도 28일까지 인천에서 창작활동 중인 추상화가 김광미 씨와 한국화가 박진이 씨 초대전 ‘마음의 소리를 보다’를 연다. 동양과 서양 회화작품을 대비하면서 미묘한 조화를 발견할 수 있는 전시회다. 이애정 서담재 관장은 “작가들이 전하는 깊은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담재갤러리는 1930년대 지은 일본식 건축물로 조선전업 관사, 한국전력 사옥, 가정주택으로 사용되다 2015년 전시실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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