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풍경]‘연기처럼 사라진 담배 가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뉴트로는 새로운 것(뉴·new)과 옛것(레트로·retro)을 합친 말입니다. 복고를 새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새 의미를 찾는 새 트렌드입니다. 인천 구석구석에 온전히 살아있는 과거를 현대 감각으로 되짚어 봅니다.》
 
그곳은 가장 먼저 불이 켜졌고 가장 늦게 꺼졌다. 담배 가게는 동네의 좌표이자 골목의 등불이었다. 애연가들은 출퇴근길에 꼭 들렀다. 작은 구멍으로 지폐를 들이미는 손등만 보고도 ‘거북선’ ‘솔’ ‘88라이트’ 등이 알아서 튀어나왔다. 담배 가게 주인은 동네 애연가들 기호를 모조리 꿰차고 있었다. “담배 좀 작작 피워라.” 오지랖 넓은 담배 가게 아저씨의 잔소리도 더벅머리 청년들은 ‘꾸벅’ 인사로 넘겼다. 명절이나 입학 철이 되면 대목을 맞았다. 평소 한 갑씩 팔리던 담배가 보루로 나갔다. 인사치레로 담배 한 보루면 그만이었다. 간혹 담뱃값 인상이 예고되면 쟁여 놓은 것도 팔지 않거나 사재기를 해 애연가들의 원성을 사곤 했다. 담배 가게 하나로 자식 대학공부 다 시켰다는 전설은 이제 담배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글·사진=유동현 인천이야기발전소 대표
#담배 가게#거북선#솔#88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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