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 음악연습실서 먹고 자는 꿈나무들…화재엔 무방비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6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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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연습실, 방 촘촘히 붙은 경우 많아
상당수 소방 시설 미비…화재 위험 노출

지난 11일 찾은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악기 연습실. 취미로 음악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합주를 하거나, 실용음악인을 꿈꾸는 20~30대 청년들이 악기·보컬 연습을 하기 위해 빌리는 방음 공간이다.

10개가 넘는 5~9㎡ 가량 면적의 방들이 붙어있는 이 연습실 공간에는 숙식을 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있다. 지방에서 올라와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며 연습과 숙식을 모두 해결하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 세면도구와 샤워용품 등을 가져다 놨고, 연습실 한쪽에는 세탁기도 구비돼 있다

이같은 수요를 감안해 서울 시내 상당수 연습실들은 ‘하숙 연습실’ 등의 이름으로 홍보를 하며 영업 중이다.

그런데 이 연습실에는 비상경보기나 화재감지기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게다가 방들이 촘촘히 붙은 형태이기 대문에 한번 불이 붙을 경우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구조임에도 화재 예방 시설은 전무한 것이다.

뉴시스가 지난 11일~12일 이틀에 걸쳐 홍대, 강남 등 서울 시내에서 영업 중인 연습실 총 15곳을 임의로 골라 소방 시설 유무를 확인해본 결과, 이들 중 30~40%는 소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설치 여부를 밝히기 거부한 곳도 포함돼 있다.

한 업주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놨다고 밝히면서도 “그런 걸 따져가면서 연습실을 잡으려면 아마 영세한 연습실들은 잡기 힘들 것”이라며 전화를 급히 끊어버리기도 했다.

16일 소방청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스프링클러의 경우 6층 이상 건물에, 화재감지기는 3층 이상·전체 면적 600㎡ 이상 건물에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 이하 면적의 경우도 400㎡ 이상 건물에는 비상경보설비를 구비해야 하는 등 모든 건물은 일정한 수준의 소방 시설을 갖추도록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

11일 찾은 양천구 소재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 층수의 건물이다. 하지만 그외 어떤 소방 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등 후진국형 화재 사례가 있음에도, 고시원과 비슷한 환경이면서 예방 사각지대에 놓여있거나 부실한 공간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국일고시원 화재가 7명이나 사망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도 스프링클러 부재가 꼽힌 바 있다.

소방법상 국내 대부분의 건물들은 민간 점검업체를 선정해 자체점검을 받은 뒤 그 결과를 1년에 1회 이상 소방서에 보고해야 한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서가 전체 건물을 관리하기란 어렵다”면서 “소방시설이 설치가 안됐다는 보고가 들어오면 소방서에서 행정명령이 나가고, 그 후 현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리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2월까지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기간 동안 국내 다중이용시설·복합시설 등 55만4000개 동은 전문 조사반과 시민조사참여단에 의해 건축·소방·전기·가스 시설 등 건물 화재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조사받게 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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