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된 16일, 요금은 올랐지만 미터기에 요금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탓에 서울 시내 곳곳 택시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택시요금은 이날부터 인상됐지만, 택시 내 미터기에는 여전히 ‘3000’ 숫자가 찍힌 채 운행을 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미터기 교체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날 목표치는 불과 80대에 그쳐서다. 이달 말일까지 7만2000대의 미터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이러다보니 택시들은 새 요금 환산액을 적은 ‘요금변환표’를 택시 내에 비치해두고 안내했다. 미터기에 찍힌 요금을 기준으로 기사들이 변환표에 나온 차액을 추가 입력해 요금을 계산해주는 식이다.
서울 강남에서 만난 개인 택시기사 이종덕씨(77)는 “미터기 찍고, 차액을 봐서 추가결제하고 하는게 한참 걸린다”며 “아직은 많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미터기 반영이 안되서 그런지 승객들 6~7명이 탔었는데 다들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나왔느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강북에서 만난 개인택시기사 김종남씨(60)도 “아직 요금 인상을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아까 병원다녀오시는 노부부를 태웠는데 3000원 내시길래, 요금이 인상됐다고 말씀은 드리고 3000만원만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택시 요금 인상은 지난 2013년 10월 이후 5년 만이다. 이씨는 “지난번 요금 인상때도 요금이 오른 걸 모르고 시비걸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초반엔 택시 요금이 인상된만큼, 택시를 타는사람이 줄어서 수입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택시기사들의 불친절, 승차거부 등 문제로 택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요금까지 오르면 (시민들은) 싫어하겠지만, 5년 만에 인상이라는 것을 좀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면서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데 택시요금은 계속 제자리였다”고 밝혔다.
한편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택시요금 인상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였다. 최일현씨(34)는 “택시요금 인상은 알고 있는데, 이 가격이면 타다(승차 공유 서비스)를 애용할 것 같다”면서 “승차거부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다”고 토로했다.
박모씨(47·여)도 “지금까지 택시요금 인상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처음에는 승차거부와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지만 보여주기 몇번 이후 돌아가더라”며 “점점 비싸지기만하고 좋아지는 것은 없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유희씨(28·여) 역시 “일본에 살았었는데, 일본 택시 요금 비싸다고 하지만 한국 택시와는 서비스 수준이 다르다”면서 “한국에서는 택시 탈 때마다 눈치보고 불안한데 그래놓고 요금만 인상한다고 하니 좋게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을 담보하기 위해 체결한 택시사업자와의 협약서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위해 승차거부 행정처분 강화, 심야시간 택시 공급 확대 등 택시 승차거부 근절대책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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