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탈북민 영농정착촌 사업, 청송군 신규 교도소 설립 등
무리한 추진-예산 문제로 좌초… 주민들 “실현 가능성 없다”지적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경북 북부지역 기초자치단체가 내놓은 인구 유입 정책이 무산되거나 좌초할 상황에 놓였다. 정확한 예측과 철저한 준비 없이 설익은 정책을 발표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양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비면 오기리 산 96-1번지 일대에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영농정착촌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돼 취임한 오도창 군수의 공약 사업이다. 탈북민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착 기반을 제공해 지역 인구를 늘리고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173만 m² 터에 고랭지 농경지와 임대주택, 영농상담소, 보건진료소 같은 탈북민 정착 지원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통일부에서 국비 550억 원을 지원받고 민간자본 250억 원과 지방비 50억 원을 더해 모두 850억 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영양군은 이 사업을 통해 현재 1만7800여 명인 군 인구를 2만 명 선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양군은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 소멸위험지수가 0.187로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소멸위험지역 7위에 올랐다.
문제는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여론과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탈북민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사는 것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최근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이 민감해하는 탈북민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규모 국비를 지원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민들은 탈북민들과의 갈등을 염려하고 있다. 수비면에 사는 김모 씨(56)는 “정착촌 예정지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산인데 탈북민들이 살려고 하겠느냐”며 “만약 정착촌이 생긴다고 해도 기존 주민들과 잘 어울려 살지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용역을 위한 예산 1억 원을 확보해 놓은 것이 전부다. 통일부와는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영양군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아이디어 공유 차원에서 전화를 한 번 걸어 온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협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영양군 관계자는 “탈북민 정착촌 조성 사업에 대해 우려와 반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관련 기관을 방문해 협의한 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북부 제1, 2, 3교도소와 직업훈련교도소 등 교정시설 4곳이 몰려 있는 청송군은 이들 시설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임 한동수 군수 시절인 2015년 법무부와 경북도 등에 제5교도소(가칭)를 유치하고 기존 제1교도소의 남는 땅에 106억 원을 들여 교도소 체험관을 짓는 사업을 건의했다. 농작물을 훔쳐 먹던 옛 풍습 서리를 주제로 한 ‘도둑놈 축제(가칭)’와 연계하는 계획도 세웠다. 지역에 교정시설이 몰려 있는 특성을 살려 종합교정타운을 조성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인구를 늘려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청송군의 소멸위험지수는 0.184로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소멸위험지역 6위였다.
그러나 법무부가 예산 등의 문제로 난색을 표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청송군은 2017년 교정시설 인근 진보면 각산리에 법무부의 교정 공무원 관사를 유치했지만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당초 110가구에서 54가구로 줄었다.
청송군 관계자는 “신규 교도소 건립은 예산 확보가 어렵고 교도소 체험관은 보안 문제로 법무부가 사업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걸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윤경희 군수가 취임한 이후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자체들이 지방소멸을 염려해 취한 정책에는 당위성만 있고 현실성이 없는 사업이 많다”며 “무작정 해보자가 아니라 사업 구상 단계에서부터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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