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거부한 민노총, 기습 점거 시위… 2시간 넘게 회의 못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03시 00분


[경사노위 탄력근로 마지막 회의]탄력근로 확대 논의 진통

1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한다”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노총 시위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마지막 회의는 2시간 넘게 지연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한다”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노총 시위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마지막 회의는 2시간 넘게 지연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서 “경사노위가 자문기구가 아니라 의결기구라고 생각하겠다. 경사노위에서 합의하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갈등이 첨예한 노동 현안을 ‘사회적 대화’로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이다.

이에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를 ‘1호 안건’으로 올렸고, 지난해 12월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개선위)’를 만들어 두 달간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18일 최종 담판에서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탄력근로제를 두고 노사 간극이 워낙 커 애초부터 당사자들이 ‘사회적 대화’로 풀어낼 사안이었느냐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탄력근로제란 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아이스크림이나 에어컨 등 계절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하는 산업이나 정보기술(IT)처럼 집중 근무가 필요한 업종은 탄력근로제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법상 탄력근로제는 최대 3개월까지만 운용할 수 있다. 특히 노사 합의가 없으면 2주 이내로만 운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1년), 프랑스(3년) 등 주요 선진국보다 운용 기간이 턱없이 짧다. 이런 점을 근거로 경영계는 운용 기간을 최대 1년까지 확대하고, 노사 합의 없이도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부작용이 속출하자 탄력근로제를 확대해 기업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에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그해 말까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넓히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경사노위가 지난해 11월 출범하자 여당은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법 개정 시한을 올해 2월로 늦췄다. 문 대통령도 약속한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합의를 사회적 대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깬 셈이다.

문제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할 당시부터 노사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이다. 운용 기간 외에도 △임금 삭감 여부 △과로 방지 장치 △노사 합의 요건 완화 등 세부 쟁점별로 노사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결국 합의 불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간만 허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처음에 운용 기간을 늘릴 수 없다고 버티다가 막판에 운용 기간을 6개월로 늘리되 임금이 줄지 않도록 하고, 과로를 방지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상황에서 추가로 인건비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며 노동계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노사정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섰다. 이 총리는 15일 저녁 한국노총 지도부를 총리 공관으로 초대해 “한국노총은 국정 동반자”라며 치켜세운 뒤 “굵직한 노동 현안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와주실 것을 감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개선위 노사정 간사들이 17일 모여 18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막상 이날 최종회의가 열리자 노동계와 경영계는 다시 평행선을 달렸다. 운용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것에 노사가 어느 정도 공감을 이뤘지만, 세부 쟁점을 두고는 전혀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동계는 탄력근로제를 노사 합의 없이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경영계의 요구를 결사코 반대했다고 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 합의 요건이 사라지면 노조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탄력근로제가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어 우리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수 개선위 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날 오후 5시 반경 정회를 선포하고 노동계 위원들을 따로 만나 막판 설득에 들어갔다. 이날까지 논의를 끝내겠다고 공언해 온 만큼 노동계와 담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늦은 저녁까지 이 위원장은 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
#경사노위#탄력근로제#민노총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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