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담임은 보육교사가 아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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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우리 예절 新禮記(예기) 2019]
<5> 아이 초등교 입학때 학부모 예절


다음 주면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처음 맞을 학교생활에 제가 더 긴장되네요. 아직 젓가락질도 잘 안되는데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화장실 줄을 기다리며 제대로 용변 보고 뒤처리나 할 수 있을지. 유치원 때는 알림장 앱이나 전화로 선생님과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학교 선생님께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걱정만 늘어갑니다.

등원할 때나 하원할 때나 만날 수 있었던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해줬어요. 감기에 걸렸을 땐 원에 있는 동안 열이 몇 도나 오르내렸는지, 친구랑 말싸움이 있지 않았는지 사소한 것까지도 연락을 주셨죠. 그런데 선배맘들 얘기를 들어보니 초등학교는 어지간해선 아무 피드백이 없다고 하더군요. 사전 약속 없이는 교문 안에 들어갈 수도 없대요. 어떤 엄마는 지난 1년간 딱 두 번 선생님을 만났다고 하네요.

초등학교 문화에 맞게 선생님에 대한 예법도 달리해야 할 것 같은데, 정말 적응이 안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선생님과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 초1맘. 어떻게 해야 예의에 맞는 걸까요?

“초등학교 선생님은 분명 보육교사는 아니거든요. 그걸 학부모님들께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3년째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김지숙(가명·47세) 씨는 좌충우돌 1학년들의 웬만한 상황을 처리하는 데 자신 있는 ‘초1 베테랑’ 교사다. 하지만 그도 교직생활 20년이 넘도록 극복하지 못한 것이 있다. 초1 학부모다. 아이는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이 됐는데, 학부모들은 여전히 유치원생 돌보듯 난감하고 과도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연락부터 문제다. 당연하다는 듯이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를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사전 동의도 없이 ‘학부모 단체방’을 만든 뒤 교사를 초대한다. 준비물 가져가는 걸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학교에 들어와 바로 떠나지 않고 복도에서 창문으로 아이를 엿보는 경우도 있다.

요구사항도 무리한 경우가 적지 않다. ‘유치원 단짝이랑 짝꿍으로 맺어주세요’, ‘아침부터 아프던데 1시간마다 체온을 재주셨으면 해요’, ‘어제 머리가 너무 흐트러져 왔더라고요. 체육 후엔 좀 묶어주시면 좋겠어요.’…. 김 교사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선 아무렇지 않은 요구일 수 있지만 28명이 한 반에서 수업과 생활을 해야 하는 초등학교에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30년차 교사 박미진(가명) 씨는 “부모들이 볼 땐 ‘이렇게 쉬운 것도 못 해주나’ 할 수 있지만 교실에선 한 아이에게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행동은 교육적으로 주의해야만 한다”며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면 ‘선생님이 나만 미워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스스로 하라’고 지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 아이 머리를 묶어주면 우르르 달려와 너도 나도 해달라며 줄을 서는데 한 명이라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을 잘못 이해하는 학부모들 중에서는 ‘교사가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오해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역할 기대’를 둘러싼 오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예를 갖춰 명확한 선을 제시하고 그에 맞춰 소통하는 것이다. 송주현 교사(51)는 “교사가 학기 초에 먼저 소통매뉴얼(연락 가능시간, 방식 등)을 정해줘야 학부형들이 아이에 관한 질문이나 건의사항을 전하는데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교사가 개인 연락처 공유를 원치 않을 경우 학부모도 이를 존중하고 전자 알림장 앱 등 대안을 함께 찾아볼 필요가 있다.

1학년 때는 운동회, 방학식 등 일정이나 행정 절차, 질병 등에 관한 문의가 많은데 대부분 담임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정보들이다. 보건실, 교무실, 행정실 등 학교의 연락통로를 다각화해두면 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16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오모 씨(38)는 “학기 초에 학부모들이 학생 상담자료를 꼼꼼하게 써서 학교에 내면 부모가 일일이 걱정하지 않아도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점도 솔직히 적고, 우려되거나 관찰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여기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소통과정에서 교사의 성별이나 연령대를 문제 삼는 발언은 삼가는 게 좋다. 학부모가 자녀의 성공적인 첫 학교생활을 위해 노련하고 섬세한 담임교사를 배정받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간혹 너무 젊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 또는 남성일 때 학생을 제대로 돌볼 수 있겠냐는 불신을 눈앞에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5년차 교사 이모 씨(27)는 “1학년 담임교사들은 화장실 갈 새도 없어 방광염에 걸릴 정도로 아이들에게 집중한다”며 “신뢰를 갖고 교사를 존중해준다면 선생님들도 더욱 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위은지 기자
#담임교사#학부모#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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