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일명 ‘대충 살자’ 시리즈가 유행이다. 베토벤이 대충 그린 듯한 높은음자리표 사진에는 “대충 살자, 베토벤이 그린 높은음자리표처럼”, 눈 덮인 길에 엎드려 있는 북극곰 사진에는 “대충 살자, 걷기 귀찮아 미끄러져 내려가는 북극곰처럼”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대충 살자’ 시리즈에 열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청년들이다. 필자를 포함한 청년세대는 거의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사회에 내던져졌다. 학창 시절에는 대입을 위해 달려왔고,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낭만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학점, 토익,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등 취업이라는 또 다른 경쟁의 문을 뛰어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단단하다. 이를 자조해 세태를 풍자하는 ‘대충 살자’ 시리즈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서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토익, 공기업 취업 등과 관련된 서적 옆 코너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같은 책이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청년들은 ‘대충 살자’고 말한다. 실제로는 대충 살아본 적 없는 청년들의 ‘대충 살자’ 외침에 이제 제대로 귀 기울여 보자.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필요한지. 겨우 숨 돌리고 있을 그들에게 ‘열정’ 같은 소리는 잠시 넣어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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