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선하증권을 내지 않아도 다른 대체자료가 있다면 한·아세안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과선하증권이란 관세인하 혜택을 보기 위해 제조지에서 제3국을 거치지 않고 국내까지 직접 운송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다.
다만 대법원은 과세당국이 통과선하증권을 내지 않아도 일률적으로 특혜관세를 적용한다는 공적 견해를 밝힌 것은 아니라며, 혜택 적용을 위해선 대체서류가 요건을 충족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사가 대구세관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사는 2010년 2월~2013년 8월 캄보디아산 잠수복 등을 베트남을 경유해 들여오며 한·아세안FTA 세율을 적용해 수입신고를 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냈다.
세관은 한·아세안 원산지 증명 규정에 따라 A사가 수출당사국에서 발행한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2014년 12월 협정세율을 적용하지 않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내렸다. 이에 A사는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1,2심은 “통과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으면 요건 미비로 협정관세가 적용될 수 없다”면서도 세관이 A사의 협정관세 사후적용 신청을 받아들여 일부 세금을 깎아준 것을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적 견해 표명’으로 인정해 A사 손을 들어줬다.
다만 1심은 관세 1억7282만여원, 부가세 1728만여원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선고한 반면, 2심은 세관의 공적 견해 표명이 있던 2010년 5월 이전은 신의칙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관세 875만여원, 부가세 87만여원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통과선하증권 필수제출 및 과세당국의 ‘공적 견해 표명’ 여부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통과선하증권은 대표적 증빙서류로, 제출이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는 다른 신빙성 있는 대체자료를 제출해 전적으로 운송상 이유로 인한 단순경유 등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판시했다.
또 “원심이 들고 있는 협정관세 사후신청에 따른 감액경정 등만으로는 통과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은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특혜관세를 적용한다는 공적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은 다른 증명서류에 의해 요건이 충족됐는지 심리해 해당 처분 적법여부를 판단했어야 할 것”이라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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