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 73회 학위수여식이 열린 이 곳에서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방탄소년단(BTS) 노래 ‘DNA’가 흘러나오자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47·서울대 미학과 91학번)가 연단에 올랐다. 방 대표가 자기소개를 시작하자 체육관에 있던 졸업생 1200명과 학부모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TV 음악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날카롭고 직설적인 표현을 던졌던 방 대표지만 이날은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나는 부정할 수 없는 기성세대다. 나도 모르게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며 축사를 시작했다.
방 대표는 자신이 음악 프로듀서가 된 계기에 대해 “아무리 돌이켜봐도 결정적인 순간은 없었다”며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다”고 했다. 방 대표는 자신의 행복관에 대해 얘기하면서 ‘분노’와 ‘화’를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만 많은 사람’이었다”며 “불공정과 불합리가 팽배한 음악산업 세계를 알아가면서 점점 분노가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화를 내는 것이 내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라고 고 덧붙였다. 졸업생 강수연 씨(26·여·디자인학부)는 “많은 사람들이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반대의 이야기를 하니 더 와 닿았다. 나를 좀 더 다듬어 취업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라고 말했다.
방 대표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어떨 때 행복한 지 먼저 정의를 내려보고 여러분을 그런 상황에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고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며 “남이 만들어놓은 행복을 추구하려고 정진하지 말라”고도 했다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연예계 인사가 축사를 한 것은 방 대표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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