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시민이라면 섬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물장구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추억은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작한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또는 연인끼리, 친구끼리 지나던 추억 어린 곳이다. 섬사람들에게는 애환을 간직한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여객터미널 너머에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0배에 달하는 해상구역과 168개의 보석 같은 섬이 있다.
인천항이야말로 인천 해양 발전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1국제여객터미널과 크루즈여객선 전용터미널이 송도국제도시에서 개항을 앞둔 인천항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연안항 발전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 연안여객터미널 이용객은 주말엔 약 4000명, 연간 100만 명에 이른다. 전남 목포여객터미널의 1.5배 수준이다. 하지만 시설은 목포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협소하고 오래됐다. 주차장은 버스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수도권 시민과 섬 주민들은 이런 불편을 묵묵히 견뎌 왔다.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의 송도 이전을 계기로 내항 기능을 회복하고 연안항을 정비할 천금 같은 기회가 왔다. 관계기관은 제1국제여객터미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관리항은 여객 수송과 물류 등 공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시설인 만큼 매각 사례는 없었다. 매각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매각만이 능사인 양 추진되는 것이 문제다. 다양화, 대형화하는 선박의 안전한 접안과 쉴 곳조차 변변치 못해 이용객이 겪는 불편, 인천 도서 발전과 해양관광도시로의 도약은 모두 외면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연안여객터미널을 제1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하고 시설을 시급히 개선해 여객 수송을 선진화하고 물류의 허브로 조성해야 한다. 연안여객터미널이 국제항과 연안항의 조화로운 개발과 도서 발전, 명실상부한 해양국제도시 건설, 쾌적하고 안전한 여객터미널 조성이라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천 해양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길 바란다.
공공 정책은 심사숙고하고 몇 번씩 곱씹어야 한다. 당장 수지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미래 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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