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생아 수 32만6900명… 사망자 수와 차이 3만명 밑으로
12월만 따지면 사망이 더 많아
OECD 유일 합계출산율 1명 이하… 인구 자연감소 시기 빨라질 우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졌다. 현 추세대로라면 1, 2년 안에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이 0명에 가까워지거나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통계청이 내놓은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은 2만8000명으로 3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인구 자연증가분은 2012년에는 20만 명이 넘었지만 2016년 12만5400명, 2017년 7만2200명으로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는 32만6900명이었고, 사망자는 29만8900명이었다. 연간으로는 출생이 더 많지만 지난해 12월만 보면 출생아가 2만2600명으로 사망자(2만6500명)보다 3900명 적었다. 월별로는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연간 기준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가 금방 올 것으로 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내 거주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추산할 경우 2021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015년 예상한 인구 감소 시기인 2028년보다 7년 빨라진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과거 예상치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인구 감소 시기가 올해나 내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심한 저출산은 임신과 출산이 가장 많은 연령대인 30∼34세 여성 인구가 적은 데다 혼인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0대 후반 여성 인구가 30대 초반보다는 약간 많아 이들이 30대가 되면 출산율이 조금이나마 올라갈 수 있지만, 혼인율이 낮아지고 있어 출산이 늘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 1명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1990년 독일 통일 직후 옛 동독 지역과 1991년 12월 옛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도 합계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지만 당시는 국가 전체가 큰 혼란을 겪은 특수 상황이었다. 이 지역들은 출산 저해 요인이 해소되자 다시 1명 이상으로 회복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7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20대 후반의 출산율이 크게 감소하면서 처음으로 30대 후반 출산율을 밑돌았다. 20대 후반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는 41.0명으로 30대 후반 46.1명보다 적었다. 혼인 시기가 늦어지고 출산을 미루는 경향 때문에 노산 비중이 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을 늘리려면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손에 잡히는 출산장려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거주 비용이나 물가가 높은 서울보다 지방의 합계출산율이 높은 편”이라며 “지방에서 아이를 낳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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