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회담의 결과로 폐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영변 핵시설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국방당국과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시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 되므로 이 시설의 가치는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1960년대 초 영변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영변 핵시설 조성에 착수했다. 행정구역으로는 평안북도 영변군에 속하며 지리적으로는 평양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80km 지점, 동쪽에 약산(476고지)이 위치해 있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 등장하는 그 약산이다.
시설의 중앙으로는 구룡강이 관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적은 약 270만평 부지에 약 400개 건물이 위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북한은 1963년 6월 당시 소련으로부터 IRT-2000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했고, 1986년부터는 5메가와트(MWe) 원자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곳에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및 우라늄 등 핵물질을 생산 및 연구하는 핵심시설들이 위치해 있다.
Δ생산시설 Δ연구시설 Δ지원부대 Δ경계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구성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주요시설로는 5MWe 원자로와 실험용 경수로, 재처리시설, 핵연료가공공장, 우라늄 농축시설 등이 꼽힌다.
북한은 과거 6자회담 진행 중 2007~2008년에 시설 불능화 조치가 진행됐지만, 회담이 중단된 이후 시설을 복구했다. 이후 2003·2005·2009·2016년 등 최소 4차례 이상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했다.
현재도 5MWe 원자로 가동 및 사용후 핵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일정량의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방부는 북한이 현재 약 50kg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 중이다.
북한은 2010년 11월에는 핵전문가인 해커 박사를 초청해 우라늄을 농축시키는 장치인 2000대의 원심분리기 시설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를 통해 상당량의 농축우라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영변은 핵물질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본거지로 ‘북핵심장부’로도 불린다. 이번 북미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 및 검증을 김정은 위원장이 수용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영변 핵 시설 폐기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영변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모두 사찰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비핵화에 이를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영변 핵 단지가 1차적 비핵화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영변 핵폐기에 대해 폄훼하거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며 “하지만 핵 능력의 90%는 핵물질과 연관된 것이고, 핵물질을 만드는 영변 시설은 (북한 비핵화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영변 핵시설은 정말 핵심 시설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동창리 실험장하고는 다르다. 영변에서 ‘가보지 못한 길’을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만약 이번에 영변 핵시설에 대한 진전이 있으면 굉장히 좋은 출발 일 것이다. 북미간 신뢰구축 문제에 있어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할 경우 ‘동결→신고·검증→불능화→폐기’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모든 절차를 거치기 위해선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영변의 5MWe(메가와트) 원자로를 폐기하는데 1250만∼2350만 달러(140억∼264억원)로 추산되는데 이 원자로의 노심 크기가 발전용량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 비용을 함께 부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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