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내 외도 의심했지만 유기치사는 모르는 일”
아내 “예방접종 남편이 거부…유기치사 인정 못해”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생후 2개월 딸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부가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일부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28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남편 김모씨(41)와 조모씨(43·여)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 공소요지를 설명하고 혐의별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에게 참석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이날 김씨와 조씨는 모두 재판에 출석했다.
남편 김씨는 유기 치사에 가담한 적이 없으며, 아내의 독단적인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조씨가 2010년 10월7일 피해자를 출산한 뒤 외도로 낳은 아이라고 의심한 것,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예방 접종도 하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를 꼬집고 때리는 등 학대 행위를 한적 없고, 조씨가 상의 없이 아기를 아파트 단지에 놓고 나와 생사조차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씨 측 변호인도 ‘유기치사 공동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조씨 변호인은 “조씨가 피해자에 대해 예방접종을 하자고 김씨에 제안했으나 김씨가 이를 모두 거부했다”며 “공소사실 중 조씨에 대한 유기치사 공동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조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누명을 받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다”면서 “재판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사실혼 관계이던 지난 2010년 10월 딸을 낳은 뒤 2개월만에 방치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의 진술에 따르면 부부는 아기가 숨진 뒤 시신을 포장지 등으로 싸맨 뒤 흙과 함께 나무상자에 담고 밀봉해 집에 보관했다.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기관도 아기의 사망사실을 알지 못했다.
2016년부터 남편과 따로 살게 된 조씨는 지난 2017년 경찰에 자수했다.
김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검찰은 조씨의 진술과 함께 9살짜리 딸이 “아빠가 상자를 보지 못하게 했다”는 진술, 김씨가 인터넷에 ‘시체유기’라는 단어를 검색했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부부를 함께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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