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8일 무기한 개학 연기를 발표한 데 대해 교육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새 학기 ‘돌봄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개학을 하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예정이던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아이를 어떻게 돌볼지 불안해하고 있다. 교육부는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강행할 경우 감사, 형사고발 등 ‘엄정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에 공문을 보내 개학 연기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계속하면 법에 따라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한유총과 교육부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일부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 공금으로 명품백을 구입하는 등의 비리가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한유총은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전체 사립유치원으로 일반화하려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사립유치원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자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 의무 적용 등을 골자로 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유치원 3법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최장 330일간의 심의 기간에 놓여 있다. 이에 교육부는 국회를 통과할 필요가 없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달부터 200명 이상 대형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했다. 한유총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대화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한다. 교육부에 대화를 촉구하며 지난달 25일에도 총궐기 집회를 열었으나 교육당국의 태도 변화가 없어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사실상의 공적사용료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공적사용료는 토지, 건물 등 개인의 사유재산을 국가가 공적 용도로 사용할 때 지급하는 일종의 시설사용료다. 한유총 측은 설립자 개인이 만든 사유재산인 사립유치원을 국가가 사실상 공공 목적인 ‘학교’로 사용하므로 공적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을 포함해 비영리 교육기관은 법적으로 공적사용료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유총은 또 정부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사 인건비를 전액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사립 초중고교는 정부가 교사 인건비 전액을 지급한다. 사립유치원은 약 60만 원에 이르는 교사 처우개선비만 지원받는다. 한유총은 ‘유치원도 학교라면 사립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대우해 달라’고 말한다. 교육당국은 ‘초중학교와 달리 유치원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사립유치원에 인건비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유총과 교육당국이 ‘강(强)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직장맘’들은 갑자기 휴가를 써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경기 용인시에서 만 5세 아들을 기르고 있는 곽모 씨(41·여)는 “아이가 유치원 가는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휴원한다고 하면 아이돌보미를 금방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한유총이 개학을 연기하는 것은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5일 한유총을 공정거래법·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교육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고 한유총을 너무 몰아세웠다”고 지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한유총은 일단 협상 시한으로 정한 3일까지 교육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실제 무기한 개학 연기에 나설 방침이다. 한유총 관계자는 “4일 이후에도 교육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개학 연기와 총궐기 집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로 돌봄 공백이 생기면 관계 부처와 협의해 긴급 돌봄체계를 발동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임시 돌봄 공간과 교사를 마련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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