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약물 카르텔, 여성들이 파괴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3일 21시 00분


여성 700여 명,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 시위
여성 상대 약물범죄 규탄, 정부에 대책 마련 촉구

“이런 불법 강간 약물을 빨리(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정상입니까?”

2일 오후 3시 반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앞. 발언대에 오른 주최 측 여성이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외쳤다. 컵라면이 익는 3~4분 만에 휴대전화로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류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을 구매하는 연기를 펼친 뒤였다.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 시위’ 온라인 카페를 통해 모인 여성 7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집회를 열어 여성에 대한 약물범죄를 규탄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버닝썬’을 포함해 최근 서울 강남 클럽 내에서의 마약 유통과 투약, 성범죄 관련 의혹이 커져 가는데 따른 것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검은색, 흰색 마스크에 회색 옷차림이었다. 회색은 GHB 등 무색무취의 약물을 상징한다. 이들은 ‘불법 약물 카르텔, 여성들이 파괴한다’ ‘GHB OUT’ ‘여자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그동안 남성들은 그들만의 은어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불법 강간 약물을 사용해 여성을 상품으로 거래했다”며 “불법 강간 약물을 유통한 판매자와 구매자, 이를 이용한 범죄자에 대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했다.

시위 장소에서 150m가량 떨어진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유튜버 등 30여 명이 참가한 약물범죄 규탄집회 반대 시위가 진행돼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남녀 노인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약물범죄 규탄 시위대 측에 다가가 “가정 해체와 남성혐오, 남녀 갈등을 만들고 있다”며 비판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돌아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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