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지방자치단체의 베트남 시장 개척 업무, 교민들 대소사를 챙기다 보면 주말도 없습니다.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3일 앞둔 지난달 24일 베트남 상업중심도시 호찌민의 다이아몬드 플라자 12층 ‘경남도 호찌민 사무소’. 김병범 소장(51·사진)은 “이곳 주민들도 북-미 회담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포스코건설이 지은 주상복합빌딩인 이 건물 주변엔 미국, 프랑스 영사관을 비롯해 인터콘티넨털, 도이치하우스, M플라자 등 대형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이 일대는 밤낮 몰려든 인파로 활력이 넘친다.
김 소장은 이날 오후 호찌민 랜드마크인 빈콤센터(81층) 지하 빈마트에서 진행된 하동농특산물 판촉전에도 나섰다. 윤상기 하동군수 일행을 안내하고 현지 바이어와 교민들에게 경남 농산물을 자랑했다. 윤 군수는 현지 사무소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하동군뿐 아니라 산청군과 진주시도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판촉행사를 열었다.
김 소장은 “공항 의전은 물론 시장 조사와 바이어 발굴, 정보 제공과 행사 준비, 교민 연락 등이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호찌민의 한국 교민은 10만 명에 이른다. 그는 “하동군처럼 사전에 협조를 요청하는 곳도 있지만 불쑥 방문을 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전화 연락도 수시로 온다”고 밝혔다. 연간 그가 관여하는 공식 행사만 20건이 넘는다.
호찌민에는 경남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시와 경기 경북 강원도가 사무소를 두고 있다. 소장들은 월 한 차례 정도 모여 정보를 교환한다. 영사관, KOTRA와도 긴밀한 관계다. 사무소장들은 준외교관, 가이드, 상사 주재원 등의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하는 셈이다.
가족과 함께 2년 전 부임해 베트남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김 소장은 “자부심도 있지만 가슴 아픈 일, 아쉬운 부분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말 휴양도시인 다낭 인근 호이안 해변에서 수영하던 경남의 한 고교 졸업 예정자가 익사했을 당시 그는 현지로 갔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호자, 교민들과 함께 학생의 화장 등 수습을 마친 뒤 호찌민으로 복귀하면서 안타까움에 눈물을 삼켰다.
그는 “베트남에서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는 분명 강점이 있다. 제품 인기도 상당하다. 우리 업체끼리의 과당 경쟁, 퇴폐 관광 등은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시장성이 확인된 뒤 동종 업계의 ‘제 살 깎기’식 경쟁이 난무하고, 심지어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수주경쟁을 벌이다 한국 업체 관계자끼리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현지인에 대한 인간적인 대우와 배려가 아쉽다고 했다. 한국 관광객이 몰리는 다낭과 호찌민에선 불미스러운 일과 꼴불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박항서 신드롬’과 관련해 “베트남인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고 박 감독 인기는 대단하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축구인인 박 감독의 개인적인 비즈니스와 별개로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지나치게 그를 활용하려 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감독은 경남 산청 출신이다.
김 소장은 “내년 1월 귀국 때까지 ‘호찌민의 경남도 책임자’라는 각오로 시장 개척 지원, 영사(領事) 보조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고와 경남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김 소장은 1995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도지사 비서실, 의회사무처, 환경정책과 등에 근무하다 2017년 1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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