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의 창구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2009년 안동에서 시작해 전국 확산
아이들에겐 선현들의 미담 들려주고 노인은 자아 실현하고 전통문화 전승
울릉군 등 전국서 올해 330명 모집

지난해 4월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이점순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난해 4월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이점순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경북도 제공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의 꿈을 키우는 데 한몫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되겠어요.”

박춘자 씨(77)는 요즘 유쾌한 황혼을 보내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서 유치원생에게 옛날이야기와 선현의 미담을 들려주고 있는 박 씨는 “일을 즐기며 사랑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동료들도 행복해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야기할머니’다.

경북도와 한국국학진흥원의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이 노인에게 자아실현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대간 소통과 전통문화 전승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9년 경북 안동에서 시작돼 2011년 전국으로 확산된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손자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들려주던 전통을 되살리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동시에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이야기할머니는 올 1월 현재 전국에 2783명이 있다. 이들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 등 어린이집과 유치원 7730여 곳을 찾아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옛날이야기는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게임과 TV에 빠져 혼자 노는 게 편한 아이들이 함께하는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손(祖孫)간 소통에도 일조함으로써 핵가족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해 이야기할머니와 교육기관장, 유치원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참여자의 보람과 감동 △노인 사회활동 확대 △세대간 소통 증진 △유아 정서 발달 및 인성 함양 등 항목마다 평균 90점(100점 만점)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한재성 경북도 문화예술과장은 “이야기할머니들은 삭막해진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노인 일자리 만들기의 좋은 모델이라는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올해는 전국에서 이야기할머니 330명을 모집한다. 경북은 포항 구미 군위 영천 울릉 칠곡에서 활동할 8명을 뽑을 예정이다. 그동안 지리적 여건의 제약과 이야기할머니 양성 교육의 어려움 때문에 뽑지 못하던 울릉군은 사업 10년째인 올해 처음으로 선발한다.

만 56∼70세 여성으로 기본적 인성과 소양을 갖추고 관심과 열정을 가졌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고정된 직업이 없으면 우대한다. 신청은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작성해 8일까지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사업단에 우편으로 제출해야 한다. 팩스와 e메일 접수는 하지 않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일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하고 다음 달 9∼12일 이야기 말하기(1분)와 질의응답 면접을 본다. 최종 합격자는 같은 달 17일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선발된 이야기할머니는 5월부터 11월까지 교육과정 약 60시간을 이수한 뒤 내년부터 5년간 거주지역 인근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한다. 교육 1회당 참석수당 3만 원, 이야기활동 1회당 파견수당 3만5000원을 지급한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이야기할머니#한국국학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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