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2%가 징계대상… 사법불신 어디까지 갈지 참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3시 00분


66명 비위 통보에 법관들 충격
권순일 대법관도 포함되자 한숨… “무더기 징계땐 재판 차질 우려”

검찰은 5일 전·현직 고위 법관 10명을 추가 기소한 직후 현직 법관 66명에 대한 비위 사실과 증거자료 등이 담긴 징계 관련 자료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로 보냈다.

특히 권순일 대법관 등 검찰이 징계 대상자로 분류한 현직 판사 범위와 규모 등이 법원 내부 예상을 훨씬 뛰어넘자 사법부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판사들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참담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 6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100명 안팎의 판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징계 심사를 받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직 법관은 모두 2900여 명인데, 비위 통보가 된 법관 수가 전체 판사의 2%를 넘긴 것이다. A 판사는 “재판 받는 사람 입장에서 판사에게 믿음이 가겠나. 확실히 재판 불복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B 판사는 “법원이 징계를 적게 하면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난받을 것이기 때문에 징계 규모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윤리감사관실은 일단 법관 66명의 비위 사실에 대한 확인 과정을 거친 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징계 청구 여부를 보고할 예정이다. 권 대법관 등 일부 법관들은 징계시효(3년)가 완성돼 징계가 어렵다. 하지만 상당수 법관이 징계를 받는다면 일선 재판에도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법원행정처는 징계가 청구된 판사들은 징계가 확정되기 전까지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법연구 보직 등으로 발령해왔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120여 명인데, 최악의 경우 전국에 근무하는 그 절반 정도의 판사가 재판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

법원 내부에선 사상 첫 법관 탄핵에 대한 불안감이 더 확산되고 있다. 4일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데다 검찰이 현직 법관에 대한 추가 기소를 결정한 만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관 탄핵소추 명단을 곧 공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탄핵소추 대상으로 언급됐던 C 판사는 “탄핵 생각 때문에 재판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D 판사는 “법관들이 탄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법관들 이름이 한동안 시끄럽게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참담한 일”이라고 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판사#징계대상#사법불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