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모텔 6층의 객실 한 곳에서 우당탕 소리가 몇 분간 이어졌다. 모텔 주인이 방문을 열어 보니 아수라장이었다.
투숙객 A 씨(46)와 B 씨(38·여)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 괴성을 지르며 전화기, 컵 등을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 창문이 깨져 바닥은 유리투성이였다. 커튼과 이불자락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었다. 남성이 두루마리 휴지에 불을 붙였다가 옮겨붙은 것이다. 불길에 놀란 남성이 바로 끄긴 했지만 자칫 방 전체로 불이 번질 뻔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방에 도착해 보니 남녀의 동공은 이미 풀려 있었다. 경찰은 마약 복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두 사람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은 전날 밤 모텔에 투숙한 뒤 이날 오전 5시 반경부터 필로폰을 0.03g씩 투여한 뒤 환각 상태에서 난동을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둘 다 마약 투약 전과가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 씨와 B 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및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로 5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에서 몰래 마약을 맞으려다가 오히려 소란을 피워 경찰을 불러들인 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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