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전환배치 때 부정 정황 포착… 노조 사무실-지부장 자택 압수수색
항운노조 지부장 소환 등 수사 확대… 자정결의 불구 매년 비리 드러나
부산항운노조가 또다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과거 조합원 채용 대가로 금품을 받은 간부 등 노조원 수십 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는데도 비리의 싹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는 5일 부산 북항 부산항운노조 지부 2곳과 지부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채용 관련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조합원 전환배치 과정에서 비위가 있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배치는 항운노조원 신분으로 항만 업체에 고용된 이들이 항운노조 추천을 받아 다른 항만으로 이직하는 것을 말한다. 항운노조가 지부 추천을 받아 전환배치 대상 조합원을 선정하면 터미널 혹은 부두 운영사가 이들을 채용한다.
최근 북항 컨테이너부두들이 신항으로 물류 기능을 옮기면서 신항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정규직 등 좋은 처우 때문에 신항 전환배치를 희망하는 노조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압수수색된 적기 지부(우암부두)나 어류 지부(부산공동어시장) 등 북항 재래부두 항운노조원은 물량에 따라 일당을 받는 일용직 근로자가 많아 다수가 신항 근무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항운노조원 전환배치를 대가로 한 금품 수수나 노조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 노조원이 아닌 외부인이 전환배치된 사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항운노조 25개 지부장 상당수를 소환 조사하는 등 노조 운영 전반에 걸쳐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첩보를 통해 수개월째 내사를 벌여 온 검찰은 채용 과정 등에서 뒷돈이 오고 간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14일 항운노조 사무실과 신선대 지부, 노조 관련자 자택 등 1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운노조, 인력 공급업체, 터미널 운영사 간 취업, 채용 등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은 전 항운노조 지부장 1명, 조합원 2명, 전 터미널 운영사 대표 2명, 항만 인력 공급업체 대표 2명 및 직원 1명이다. 이 중 항운노조 조합원 1명은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며칠 뒤 석방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공급업체는 항운노조가 임시 위탁한 조합원들을 부두 근로자로 파견하고 부두 및 터미널 운영사로부터 임금을 받는다. 노조는 임시 조합원으로부터 노조비를 거둔다. 이번에 적발된 인력 공급업체 대표들은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와 전 터미널 운영사 대표들에게 인력을 독점 공급하는 대가로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불법 거래에 항운노조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항운노조는 2005년 대규모 채용 비리가 드러나 노조 간부 등 30여 명이 처벌을 받았다. 이에 자정결의 대회를 여는 등 자구책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비리는 거의 매년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15년 노조는 50년 넘게 독점해온 항만 노무인력 공급 독점권을 내려놓는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노무 독점권을 부산항만공사, 부두 운영사, 노조 등 노사정이 참여하는 항만인력 수급관리협의회에 부여한 것이다.
항운노조가 채용 추천권을 가진 상황에서 수급관리협의회가 인력 운영이나 임금·단체협상 등에 막강한 권한을 지닌 항운노조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어 사실상 독점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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