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치사 아닌 준강제추행이라니…” ‘회식 성추행 추락사’ 靑청원 4300명 돌파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3월 8일 18시 18분


회식 성추행 추락사
회식 성추행 추락사
술에 취한 직장동료를 성추행하고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4300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29살 꽃다운 딸! 직장 상사의 성추행으로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사망.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8일 오후 6시 현재 43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한 달 안, 20만 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 공식 답변을 하고 있다.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저는 강원도에서 외식업을 하며 살고 있는 50대 주부”라며 “서울에서 명성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도 한 학기를 남겨 두고 있던 제 딸은 ‘잠시 휴학을 하고 좀 가까이 있자’던 제 말을 듣고 지난해 1월부터 춘천으로 와 한 직장에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11월 딸이 다니던 회사에서 한해의 행사를 마무리하고 딸아이와 가해자를 주축으로 기획했던 큰 프로젝트가 1등으로 서류심사 통과한 일이 있어 겸사겸사 회식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제 딸의 직장상사 A 씨는 술에 취한 제 딸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강제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강간치사로 송치를 하였는데 검찰은 강간치사가 아니라 준강제추행으로 기소를 했다”며 “가해자가 성관계를 하기 위해 강제추행을 했고, 이를 피하기 위해 출구를 찾다가 베란다로 떨어져 사망했는데 가해자의 추행 행위와 제 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는 기소내용을 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에 1심 판결이 있었고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제 딸의 목숨 값이 고작 가해자의 징역 6년이면 된다? 하늘이 무너지고 원통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적었다.

또 청원인은 “제 딸이 죽은 지 4달이 지나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뼈에 사무쳐 하루하루를 버텨 내기조차 힘들다”며 “영정사진 앞에서 한없이 울던, 딸아이가 사귀던 남자친구. 좀 더 사귀다 내년쯤엔 결혼도 꿈꾸고 있었는데. 저는 그 아이를 손만 잡아 본체 놓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친지, 지인들의 자녀들의 청첩장만 봐도 눈물이 앞을 가로막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딸은 어려운 살림을 도우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장학금을 받아 생활해온 유능하고 재능 있는 아이”라며 “대학원을 졸업하면 오라던 갤러리도 있었는데, 졸업 후에 취직하여 빚을 내면서까지 저를 도와준 착한 딸이다. 그런 딸이 이제 인생을 꽃피우려는 시기였는데 피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 B 씨(29·여)가 지난해 11월 7일 오전 2시 54분경 춘천시의 한 아파트 8층에서 추락해 숨지면서 발생했다.

B 씨의 직장동료인 A 씨(42)는 사건 전날 밤 다른 직장동료들과 회식한 뒤 B 씨를 자신의 아파트에 데려와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피해 여성 B 씨의 추락사가 성추행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은 인과 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없어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박이규)는 올 1월 25일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서 피해 여성의 귀가를 제지했고, 결과적으로 피해 여성이 베란다로 가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추행죄의 통상적인 권고형량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적정한 형을 정하기엔 부족하다”며 “권고형량의 상한을 일부 이탈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준강제추행죄 권고형량은 1년 6개월에서 4년 6개월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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