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은 임단협 타결을 통한 물량 확보 격려금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1차 수정안에 이어 이번 교섭에서 총 1720만원(실적 인센티브 1020만원+원샷 보너스 7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2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및 전환 배치에 대한 인사경영권의 합의 전환 요청 등을 막판 의제로 제시하며 맞섰다.
회사 관계자는 “전환 배치, 인원 투입 등 현재 협의로 돼 있는 인사경영권을 노조 합의로 전환하는 것은 부산공장의 우수한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경쟁력 저하는 물론 향후 부산공장의 고용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르노그룹 본사가 수천억의 배당금을 챙겨가면서도 직원들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며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기본급 인상 등 고정비가 인상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해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 절차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입장이다.
부산공장 생산직의 2017년 평균임금은 7800만원으로, 로그 후속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일본 닛산 규슈공장보다 20% 이상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낮은 고정비로 인해 생산성 역시 5%가량 일본이 높은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임금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또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을 활성화하면서 경쟁력을 갖췄으나 한국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였다. 부산공장은 고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높다.
이번 교섭이 결렬됐다고 해서 후속 물량 배정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르노그룹이 내년도 글로벌 생산물량 배분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르노삼성은 인건비 산정마저 이뤄지지 않아 신차를 배정받는 일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 이달 내 임단협 타결이 되지 않으면 그 가능성은 점차 낮아진다. 로그를 대체할 물량은 부산공장의 생사를 움켜쥐고 있다.
로그의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르노삼성의 전체 4년간 생산 물량(92만8870대) 중 로그 생산량은 52.1%인 48만4351대에 달했다. 지난해는 전체 생산물량(21만5809대) 중 10만7262대, 2017년엔 26만4037대 중 12만2542대였다.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가동률 저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안정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필요한 부산공장의 연간 최소 생산 규모는 20만대가량이다. 하지만 주력 모델의 노후화와 신차 부재 등으로 인해 갈수록 내수 판매가 악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커진 상황이다. 내수 물량으로만 이를 해소할 수 없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10.1% 감소한 9만369대였다. 10만대도 넘기지 못하면서 국내 5개 완성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경영 악화는 결국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 수직적 산업 구조 탓에 원청의 ‘기침’은 협력사의 ‘몸살’로 이어진다. 협력사들은 도산 위기를 운운하며 르노삼성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노조의 부분파업 등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1차 협력사 260여 곳의 생산물량은 30~50%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그룹의 공개적인 경고에도 노조는 사측 경영 안정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본사에 부정적인 신호를 수차례 준 셈이라 신차 물량 배정은 상당히 불리해졌다”며 “결국 공장 생산량이 반 토막 나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표적 노사 상생형 사업장이었던 부산공장의 갈등은 모기업에 국내 철수 논리를 정당화하는 길이 될 수 있어 국내 자동차 산업 근간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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