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11일 열린 전 씨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 씨의 변호인은 이날 오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전 씨의 혐의인 사자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하나하나 설명해 가며 모두진술을 이어갔다.
회고록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여부, 전 씨가 회고록 작성 당시 허위사실을 인식했는지, 고 조비오 신부와 관련한 부분이 사실의 적시인지, 단순한 의견 또는 가치 표현인지를 재판장이 면밀히 살펴달라는 취지다.
변호인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기총소사는 없었다. 만약에 기총소사가 있었다 해도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30분에서 3시 사이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해당 일시는 고 조 신부가 생전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밝힌 시점인데 이 시간 내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전 씨는 무죄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전 씨)은 기총소사가 없었다는 점을 믿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고의성이 있을 수 없다”며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라는 표현 또한 개인에 대한 가치 평가, 의견 표명이다. 사실을 적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018년 이전 국가기관이 헬기사격과 관련해 4차례 가량 조사를 했지만,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헬기사격 여부가 명확히 드러난 조사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헬기사격을 사실로 단정지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모욕죄는 될 수 있을지언정 사자명예훼손은 아니라는 말이다.
전 씨는 2017년 4월3일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기술했다.
이에 오월단체와 유가족은 즉시 반발, 전 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1980년 광주에서 실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전 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헬기사격 유무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상당 시간 다양한 자료와 여러 진술을 검토·확인한 검찰은 1980년 광주에서의 헬기사격이 사실이라고 결론 지었다.
이어 전 씨가 고의로 조 신부를 비난했는지를 파악하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고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성립한다.
형사 처벌을 위해서는 적시된 내용이 허위사실이며, 작성자에게 적시된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고의성)이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12·12 내란을 주도한 뒤 당시 광주에서의 시위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점, 국과수 전일빌딩 감정 결과 등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 사격에 부합하는 자료가 다수 존재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점에 비춰 전 씨에게 범죄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 기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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