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앙공원 일부 떼어내 도로확장 계획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인천터미널 복합시설 개발 롯데, 공원쪽 도로 넓혀 교통혼잡 대비
“도심의 허파 구실 공원 내주다니”… 시민단체들 전면 재검토 촉구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 중앙공원 너머로 롯데의 개발사업 부지가 보인다. 롯데가 도심의 허파 구실을 하는 중앙공원 일부를 도로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 중앙공원 너머로 롯데의 개발사업 부지가 보인다. 롯데가 도심의 허파 구실을 하는 중앙공원 일부를 도로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미추홀구 관교동에 ‘롯데 인천터미널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롯데인천개발㈜이 중앙공원 일부를 도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허가한 인천시는 쉬쉬하고 있다.

11일 인천시와 롯데백화점 등에 따르면 롯데인천개발은 지난해 10월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 등을 거쳐 미추홀구에 복합시설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인천종합터미널과 주차장 터에 터미널과 쇼핑센터로 구성된 건물과 27층짜리 업무용 빌딩을 짓는 사업이다. 앞서 인천시는 2013년 1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인천종합터미널 터(7만7816m²)와 건물(신세계백화점·터미널프라자·연면적 16만750m²)을 약 9000억 원에 롯데그룹이 설립한 롯데인천개발에 매각했다.

문제는 이 복합시설을 짓기 위해 개발예정지와 면한 중앙공원 일부를 없애 도로를 넓히겠다고 롯데인천개발이 결정한 것. 개발예정지와 중앙공원 사이의 도로를 넓히고 인근에 연결도로를 신설해 교통 혼잡에 대비하겠다는 대책이다. 길이 538m인 이 도로 폭을 3∼4.5m 더 넓힐 경우 중앙공원의 약 1820m²가 도로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2016년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회에서 중앙공원 일부를 도로로 활용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인천에서 교통이 가장 밀리는 지역에 이 정도의 교통 대책만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관교동은 인천 최대 상권인 남동구 구월동과 인접해 있다. 다중이용시설이 몰려 있어 복합시설이 들어서면 일대에 교통 대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인천종합터미널은 고속·시외·광역 등 버스 511대가 전국 70개 노선을 운행한다. 터미널에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으로 이어지는 인하로, 터미널길, 중앙공원길, 문화회관길 등은 평균 차량 통행속도가 시속 15km 미만인 경우가 주중 21회 발생하는 교통혼잡구간이다. 이 때문에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와 중앙공원 건너편 남구 관교동 상가와 아파트 주민들은 교통 개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타운 복합시설 주변으로 신세계백화점, 산업단지, 화물공영차고지, 새 농산물도매시장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교통 체증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높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미세먼지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대형 쇼핑시설과 27층짜리 업무용 빌딩을 위해 도심의 허파 구실을 하는 중앙공원의 일부를 내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한다.

인천환경운동연합 등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미세먼지의 완충 역할을 하는 시민의 숲, 중앙공원을 훼손해 도로로 편입한 뒤 돈만 벌겠다는 롯데의 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시민의 환경권과 건강권을 무시한 롯데의 개발 계획에 눈감고 있는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개발 계획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롯데인천개발을 대신해 홍보 등을 맡고 있는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1일 “매소홀로에서 선학경기장까지 820m의 도로를 닦아 기부채납하고 백화점 주변 도로에 가감속 차로를 비롯한 교통대책 차로를 만들어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터미널#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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