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단톡방 속 ‘경찰총장’은 현직 총경급 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6일 03시 00분


과거 강남署 근무때 승리측과 친분… 불법영업 신고된 클럽 뒤봐준 의혹
2017년 靑민정실 행정관 근무후 작년 8월 경찰청 요직 과장 복귀
경찰, 소환해 민원 해결 여부 조사… 버닝썬서 돈 받은 전직경찰 구속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 씨(30)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인사는 경찰청의 총경급 간부인 A 씨(49)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A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승리와 정 씨 등 이른바 ‘승리 단톡방’ 멤버들과의 관계와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줬는지를 조사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14일 승리와 정 씨, 클럽 버닝썬의 모회사인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 승리 친구 김모 씨를 소환 조사해 단톡방의 ‘경찰총장’이 A 총경이라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씨는 2016년 7월 이 단톡방에 ‘어제 ○○형(유 씨)이 경찰총장이랑 문자하는 것도 봤다.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 ‘총장님이 다른 업소에서 시샘해서 찌른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 (말했다)’ 등의 글을 올렸다.


○ ‘경찰총장’은 청와대 근무했던 총경

A 총경은 2015년 1∼12월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당시 경정)으로 근무하며 관내 클럽과 주점 등 유흥업소 단속을 총괄했다. 경찰은 당시 A 총경이 유 씨 등 승리와 가까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A 총경은 2016년 총경으로 승진한 뒤 2017년 7월 청와대로 파견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 민정수석실 근무에 이어 두 번째 청와대 파견이었다. A 총경은 지난해 8월 경찰청의 핵심 요직 과장으로 경찰에 복귀했다.

승리 단톡방 참가자들이 “‘경찰총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거론했던 사안은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의 불법 영업에 대한 이웃 경쟁 업소의 줄기찬 신고였다. 15일 본보가 인터뷰한 승리의 측근 B 씨에 따르면 승리는 2016년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라운지클럽인 ‘몽키뮤지엄’을 개업했다. 몽키뮤지엄은 일반음식점으로 구청에 신고돼 있어 유흥업소처럼 특수 조명을 설치하거나 손님들이 춤을 출 경우 식품위생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었다. 몽키뮤지엄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인근의 경쟁 업소가 몰래 내부를 촬영해 경찰과 구청에 여러 번 신고했다고 한다.

승리의 단톡방에 이 문제와 관련된 대화가 오간 때는 몽키뮤지엄 창업 직후인 2016년 7월 28일이다. 이 단톡방 멤버들이 공동 창업한 주점 ‘밀땅포차’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업소가 바로 몽키뮤지엄이다. 두 업소 모두 승리의 소유였으며, 단톡방 멤버들 상당수가 두 업소의 경영에 관여했다. 몽키뮤지엄의 안정적인 운영이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였던 것이다.

A 총경은 2016년 7월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총경 승진 교육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A 총경이 유 씨로부터 “신고를 무마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과거 부하들이었던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 ‘아이돌 음주운전’ 보도 무마 의혹도 조사

‘승리 단톡방’ 멤버인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 씨(29)는 2016년 3월 단톡방에서 ‘저는 다행히 ○○형(유 씨) 은혜 덕분에 살았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지만 유 씨가 경찰에 손을 써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최 씨는 단속될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가 0.097%로 확인돼 면허정지 100일과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16일 경찰에 소환돼 불법 영상물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 외에 음주운전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는다.

경찰과 클럽 버닝썬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 씨(44)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강 씨는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출입 문제로 버닝썬이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 씨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조동주 djc@donga.com·김재희·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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