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버닝썬 봤다”…로스쿨 교수, 수업중 부적절 발언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9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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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 "버닝썬 무삭제 영상 친구에게 받았다"
대자보서 주장…"혐오 차별 공고히 하는 발언"
안희정 성폭력 피해에 "여자 조심해라" 발언도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수업시간 도중 ‘버닝썬 불법촬영 영상’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학내에서 제기됐다.

1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X관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에 따르면 ’갑(甲) 교수‘로 통칭되는 한 로스쿨 교수는 최근 수업 중 “버닝썬 무삭제 영상을 잘리기 전에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주더라”며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그래도 법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제가 이런걸 보면 안되지 않느냐. 평소에는 집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 날은 집에 택시를 타고 갔다. 짤릴까봐 빨리 틀어봤더니 위에는 해가 돌고 있고 아래에선 무를 자르고 있더라”는 발언을 했다고 대자보는 주장하고 있다.

’학생 을(乙)‘로 자신을 지칭한 대자보 작성자는 이를 두고 “약물을 이용한 강간 피해이자 디지털 성범죄 피해사례인 ’버닝썬 유출영상‘을 농담 소재로 삼은 교수님의 유머는 피해자가 실재함에도 범죄를 가벼이 보고 성범죄 피해를 희화화하는 2차 가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의 법조인을 양성하는 강의실에서, 성범죄와 불법촬영·촬영물은 그저 야한 영상일 뿐이었고 명백히 위법한 행위인 불법촬영물 유포 또한 범죄가 아닌 그럴 수 있는 행위가 됐다”며 “성인지감수성이라는 말이 판결문에도 등장한 2019년에 성범죄 피해사실이 법률가의 농담거리가 되는 것은 괜찮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자보는 문제의 ’갑 교수‘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에도 “안 지사가 한 순간의 실수 때문에 발목 잡혀 안타깝다”며 “우리 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정말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학생 을‘은 “그 강의실에는 13명의 원우도 앉아 있었다”며 “여성은 13명 원우의 생물학적 성일 뿐 술과 담배, 도박처럼 해로운 것도, 맹수처럼 위험한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아가 안 지사 사태를 통해 배운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여자가 아닌 왜곡된 성의식과 위력의 행사였다”고 강조했다.

’갑 교수‘는 이 외에도 강의 중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말인 ’흑형·흑누나‘라는 표현을 쓰며 “이것은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니 괜찮다. 그러니까 (소수자로 우대받는 것에는) 장애 있는 흑인 여성이 최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을‘은 “흑형·흑누나라는 별칭은 개개인의 특성은 지우고 오직 피부색으로 집단을 대상화하며 당사자가 수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단어”라며 “인권을 수호하고 소수자의 곁에 서 있지만 흑형·흑누나라고 하는 교수님의 말도 괜찮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수님의 조언과 농담이 정의, 평등, 인권을 말하는 교수님의 언사를 퇴색시키고 혐오와 차별의 탑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해 로스쿨에 대한 낭만도 부서져 버렸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생 을‘은 “갑 교수는 한 분일 수도, 혹은 네 분, 그보다 많을 수도 있고 ’학생 을‘ 역시 한 명일 수도, 혹은 10명, 132명(3월15일 기준 재학인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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