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종명 앵커 MBC 선배 “자신들이 취재해야지 왜 윤지오씨에게 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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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9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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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왕종명, 윤지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왕종명, 윤지오
MBC 보도본부 출신인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친정인 MBC 보도국과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를 향해 애정 어린 쓴 소리를 했다.

이 기자는 18일 고발뉴스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고(故)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인 윤지오 씨에게 ‘장자연리스트’ 속 실명을 말해 달라고 거듭 요구해 논란에 휩싸인 왕종명 앵커를 향해 “기자는 평상시 평판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기사와 한마디·한마디의 질문으로 평가 받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기자는 “MBC 뉴스데스크가 새롭게 탈바꿈 해보겠다고 애를 쓰고 있다. 더구나 75분으로 늘려서 확대 편성한 첫 방송이었다”면서 “제가 사실은 윤지오 배우님에게 한 번 MBC에 출연해보시는 게 어떠시느냐고 추천을 해드렸다. 그래서 (윤 씨에게) 너무 죄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지오 씨가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장자연 리스트’에서 봤다고 언급한) 국회의원 등은 (실명을) 발설하면 법적 소송하겠다고 한다”며 “이건 100% 소송 걸리는 일이다. 소송이라는 건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그런데 윤지오 씨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윤 씨가) 검찰·경찰에 진술을 해서 다 알고 있다. 그쪽에서 똑바로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왕종명 앵커. 고생하고 좋은 기자인 건 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다”며 “취재해서 고소당하더라도 자신들이 취재해야지, 왜 윤지오 씨에게 묻느냐. 예를 갖춰서 ‘고맙다’고 하면서 ‘도울 게 뭐냐’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아무리 세트를 새롭게 만들고, 방송을 75분으로 확대해도, 그런 정신을 가지고는 돌아선 시청자들을 되돌릴 수 없다. 앵커가 그걸 모르면 그 뉴스는 희망이 없다. 귀한 시간을 할애해서, 제가 권해서 다녀온 윤지오 배우가 실망하면 시청자들은 더 실망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같은 날 윤지오 씨는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왕종명 앵커로부터 검찰·경찰에 진술한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의 실명을 밝혀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윤지오 씨는 이 같은 요청에 “아시다시피 지난 10년 동안 일관되게 진술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미행에 시달리고, 몰래 수차례 이사를 한 적도 있고, 결국 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갈 수밖에 없었던 정황들이 있다”며 완곡하게 실명 언급을 거절했다.

그럼에도 왕종명 앵커는 “이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오히려 더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냐”며 거듭 물었다.

그러자 윤지오 씨는 “내가 발설하면 책임져 줄 수 있냐”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경찰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고, 공표해야 하는 부분이 맞다. 나는 일반 시민으로서, 증언자로서, 내가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송이 끝나자 논란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왕종명 앵커의 하차와 뉴스데스크의 사과를 원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MBC 측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왕종명 앵커가 정치인의 실명을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한 부분이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은 무례하고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많았다”면서 “왕종명 앵커와 뉴스데스크 제작진은 이러한 시청자 여러분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당사자인 윤지오 씨에게 직접 사과했으며, 오늘 뉴스데스크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지오 씨도 같은 날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뉴스를 맡은 진행자로서는 당연히 국민분들께서 알고자하는 질문들을 하기위해 애써주셨을테고 현재 제 상황이나 정황을 제대로 모르셨을테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왕종명) 앵커님께서 문자를 보내주셨고 제가 아침에 잠들어서 점심에 일어나자마자 통화를 하였고 문자와 통화로 직접 사과해주셨다. 오랜 시간 언론인으로서 살아오셨던 앵커님의 커리어에 본의 아니게 해를 끼쳐드린 것 같아 저로서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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