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중간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검찰이 압수한 USB 속 파일의 증거능력을 두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임 전 차장 측은 압수수색의 적정성을 지적하면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의 주장을 전개했다. 반면 검찰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재판을 지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편함을 표시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2차 공판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오는 26일에도 임 전 차장과 검찰 측이 또다시 맞붙을 예정이며, 28일부터 법원행정처 전 심의관 등 본격적인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검찰은 “2018년 7월21일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당시 임 전 차장은 외장하드와 업무일지를 폐기했다고 얘기했지만 현장에서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전 차장은 ‘저만 영장이 발부된 것인가요’라고 물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동안 영장을 읽었고, 집행 장소에 대해서도 모두 읽어봤다”며 “이후 외부 저장장치가 있는 법무법인으로 이동했다. 증거가 그곳에 있다고 해서 간 것”이라고 했다.
또 “법무법인에서도 임 전 차장이 제공한 USB 외에 다른 USB가 컴퓨터에 접속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렇게 확보한 USB들에서 선별작업을 통해 파일 8635개를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전 차장은 계속해서 압수수색 현장에 참여하면서 방식에 전혀 이의를 제기한 바 없고, 변호사 협의 이후에도 이의제기는 없었다”며 “선별 압수한 파일은 모두 범죄와 관련성이 있는 파일들”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측이 USB의 증거능력을 다퉈서 조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재판을 지연하고 이것을 핑계 삼아 증거조사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증거능력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임 전 차장 측은 “USB 저장 장소는 법무법인 사무실 전체가 아니고 실제 관리한 관련 있는 장소로 한정해야 한다”며 “검찰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무실로 장소를 확대, 유추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도 직접 “보관 장소는 업무 전용 공간이 아니고 복도 캐비닛이라고 특정해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공간 컴퓨터를 열어본 것은 위법한 압수수색 절차”라며 “압수목록을 교부할 때에도 USB 5개로 되어 있어서 이른바 저장매체를 압수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편한 분위기에서 1시간 이상 영장을 읽었고 수색·검증 장소, 압수 물건을 모두 읽었는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아니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혐의 사실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다 기각됐네요’ 하면서 봤다”고 답했다.
이어 “뭐가 문제인지 메모하려 하니 안 된다고 했다. 압수 장소가 어디인지 설명해주거나 제가 본 적이 없어서 당연히 주거지와 업무 공간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USB 이외에 차장 재직 당시 사용하던 업무용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검찰이 어떤 경위로 확보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위법 수집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마무리하면서 법원행정처 전 심의관 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오는 28일에는 시진국 판사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과 4일에 정다주·박상언 판사의 증인신문을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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