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선정때 단층 정밀조사 안해 지열발전소가 대형지진 촉발”
정부-발전소에 손배 줄소송 예고
경북 포항에서 2017년 발생한 지진은 인근에 건설 중이던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발전소 사업단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단층이 있는지 파악하지 않았고, 시험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강한 지진이 났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단은 지난해 3월부터 진행한 조사 결과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자연 지진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지열발전을 위해 지하에 넣은 물 때문에 땅속에서 수차례 작은 지진이 일어났고 이런 지진이 누적된 끝에 위험한 단층인 ‘임계응력단층’에까지 영향을 미쳐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대한지질학회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울기 직전인 사람은 살짝 손바닥만 대도 울음이 터지는데, 그 손바닥을 대도록 이끈 주원인이 지열발전의 물 주입이었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포항 지진 발생 7개월 전인 2017년 4월 15일 포항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포항시 북구 북쪽 8km 지점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는 총 5차례 진행된 물 주입 작업 중 3번째 주입 시기(2017년 3월 16일∼4월 14일) 직후다. 사업단은 발전소 규정에 따라 물 주입을 중단하고 물을 뺐다. 이후 산업부는 사업단으로부터 해당 보고를 받았지만 진동이 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사하는 등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정부와 사업 주체인 넥스지오 등 민간 컨소시엄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활성 단층을 인지하고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4∼5km 지점에 물을 넣고 지열로 150∼170도로 데운 뒤 이 물을 뽑아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기술이다. 포항지열발전소는 국내 유일의 지열발전시스템으로 2012년 착공 후 공정 90% 상태에서 지진 발생 이후 중단됐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김도형 기자·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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