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1월 규모 5.4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가 지난 20일 나왔지만 물주입으로 발생한 아주 작은 지진이 어떻게 단층에 임계응력에너지로 축적돼 지진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해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열발전은 지하 4∼5km에 주입한 물을 땅에서 나오는 열로 데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화석연료 발전소와는 달리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아서 차세대 신재생에너지로 꼽힌다. 태양열이나 풍력발전과 달리 한번 설비를 갖춰놓으면 24시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건설된 포항의 지열발전소는 아시아 최초로 화산 지대가 아닌 곳에 만들어졌다. 땅속 4km 이상을 뚫어서 차가운 물을 160~180도의 화강암 틈 사이로 주입한다. 주입된 물은 지열을 흡수하면서 데워지고 이 과정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 인공저류층형성(EGS) 방식이다. 이 수증기를 끌어올려 터빈을 돌리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가 생산된다. 터빈에서 배출된 수증기는 식혀서 다시 물로 치환돼 주입정을 통해 지하로 내려보낸다.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지열발전은 Δ열원이 있는 암체나 Δ물을 연결하기 쉽고 흡을 잘 흡수하는 암체 Δ유동가능 지열수가 부존된 곳이 적격지로 꼽힌다. 지열이 높은 지진·화산대가 지열발전에 유리하지만 이런 지역은 단층활동도 활발해 지진위험이 크다.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세운 이유는 이 지역의 지반이 균열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화강암 지반이 그만큼 단단하다. 그래서 지열발전소를 건설할때 단단한 지반 때문에 오히려 ‘수압파쇄’가 잘 안될까봐 걱정했다. 한 지질학자는 “포항 지반이 단단한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에 실제 물 주입으로 인한 촉발지진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열발전소를 세우기 전에 사전조사나 문헌조사를 통해 촉발지진이 가능한 단층을 알아내는 것도 기술적으로 무리였다는 분석이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에 따르면 지열정에서 3800m 밑에 단층면이 있다. 지열정을 지하 4~5km까지 뚫는다고 해도 단층면의 깊이까지 사전에 탐사할만한 적절한 기술이 없다고 한다. 이를 사전탐사하려면 수십억원이 들여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지질학자는 “지열사업전에 지반조사나 단층조사가 미흡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보다 절대적으로 적은 예산, 첫 시도의 지열발전 등의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의 또다른 한계점은 단층에 ‘임계응력’이 어떻게 쌓였는지 명확하기 않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응력변화가 0.01메가파스칼(MPa) 이상이고 단층이 임계응력상태일 때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포항지진의 경우 지열발전소의 물 공급압이 0.02~0.06MPa로 증가하면서 미소지진이 자주 발생했고, 이 공급압이 0.1MPa이 됐을 때 지진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조사단은 임계응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임계응력이 어떻게 축적됐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흔히 지하수가 1m 수위만 변해도 0.01메가파스칼이 변한다. 한 지질학자는 “강수량 변화나 지하수 수위변화에도 응력이 변할 수 있는데 조사단은 응력이 변하게 된 정확한 원인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대한지질학회 회장)은 “응력이 높으면 자연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 단층면에서 작용한 응력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계산했다”면서 “그 결과 단층을 움직일 정도의 응력을 찾지 못했고 그보다 수리자극으로 압력이 가해져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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