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정훈]‘한 가족 세 지붕’ 경남도 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2일 03시 00분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마냥 밀쳐두기엔 중차대하다. 뜨거운 감자라 외면하기도 어렵다. 옛 진주의료원 자리의 경남도 서부청사 얘기다.

강 건너 불구경이던 경남도의회에서 최근 문제를 제기했다. 신영욱 도의원(더불어민주당, 김해1)은 서부청사 창원 재배치 견해를 경남도에 물었다. 실국의 서부청사 분산 배치가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박성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개청 3년이 지났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현실은 어떤가. 경남도본청 공무원 1530여 명 가운데 도지사, 부지사 등 지휘부가 있는 창원청사(본관, 신관)에는 9개 실국본부 1070여 명이 근무한다. 서부청사에는 5개 국·원 380여 명이 일한다. 문화관광체육국 76명은 올 1월부터 도청 인근 경남발전연구원 건물로 나갔다. ‘한 살림 세 지붕’이다.

서부청사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쇄한 뒤 2015년 12월 개청했다. 공론화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공간 활용 차원이었다. 직원 애로, 동부 주민의 상대적 불편은 부단히 표출됐다. 장거리 통근 부담, 결재를 위한 출장과 도의회 출석 등 잦은 이동에 따른 낭비, 소외감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거론되는 내용이다.

진주 출신 민주당 성연석 도의원 등은 신 의원을 반박했다. 불필요한 논란에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논리다. 과거 민주당은 진주의료원 폐쇄를 막으려고 국정조사까지 벌였던 정당이다.

진주에서는 논란을 달갑잖게 여기는 분위기다. 이들은 균형발전과 역사성을 존치 이유로 내세운다. 서부경남에 연고를 둔 기자는 ‘서부 낙후 지역’이라는 표현이 늘 거북하다. 공장과 소득이 많다고 진정 부자일까. 교육과 문화, 전통과 예술, 자연환경이 잘 어우러진 경남 서부는 여러모로 넉넉하다. 진주 혁신도시는 부흥기를 예고하고 있다. ‘혁신도시 시즌 2’, 항공산업 활성화, 남부내륙철도 건설은 가속페달이다.

경남도청은 진주에 있었다(1896∼1925년). 이는 역사다. 모든 것을 원위치시키는 것만이 역사(성) 회복일까. 그렇다면 전국 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도 훗날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하나. 동의 불가다. 진주시청사도 2001년 지금 자리에 문을 열었다.

이제 유불리의 편협함을 넘어 서부청사 필요성, 업무 효율성, 과제 등을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한다. 당장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부재(不在)가 걸림돌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의회, 노조와 시민사회 등의 건전한 논의 자체를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다른 지자체 2청사나 별청(別廳) 운용 방식도 연구 대상이다. 마침 경남도 ‘경남발전 그랜드 비전 용역’에도 서부청사 구조·기능 재정립 방안이 들어있다. 문화관광국 셋방살이 청산 역시 포함해야 한다. 본청엔 활용 가능한 공간이 더러 있다. 그마저도 부족하면 신·증축이 해법이다. 세 지붕 살림의 한계 탓이다.

경남도는 경제, 사회, 도정(道政) 등 3대 혁신을 한창 진행 중이다. 현안을 직시하지 않고 혁신을 말한다면 공허하다. 도정 슬로건인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도 난제 중의 난제다. 하물며 가죽의 털을 깨끗하게 벗겨내고 근본부터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의 ‘혁신(革新)’이야 특단의 각오 없이 가능하겠는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경남도의회#3대 혁신#신영욱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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