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검찰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의 증인 채택을 거듭 요청했고, 이 전 대통령 측은 ‘망신주기’가 의심된다며 반대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22일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만으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렵다”며 김 여사 등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선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무죄를 선고받은 혐의와 관련해 김 여사와 이 전무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이 전 회장에게 청탁 대가로 2007년 1월24일 받은 5000만원과 양복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메모지에 ‘2007년 1월24일 사모님’이 적힌 점과 ‘5000만원을 김 여사에게 직접 건넸다’는 진술이 확인된다”며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여사의 5000만원 수수에 대해 적극 다투고 있어 (김 여사의) 증인신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증인신문 결과, 청와대 관저 내실로 전달된 10만 달러에 대해 김 여사에게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8년 4월4일 이 전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3억원을 건넨 혐의가 무죄로 선고된 점과 관련해서도 “이 전무는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이 전 대통령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도왔다”며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사람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그때 가서 증인의 필요성을 검토해도 충분하다”며 “재판부가 이미 이러한 취지로 결정했는데 검찰은 지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검찰은 김 여사가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라는 전제로 증인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10만 달러 부분은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어떤 목적으로 전달했는지가 쟁점으로 김 여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전무와 관련해서도 “차라리 이 전 의원 본인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해야지 이 전무에게 물을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고인의 가족들을 증언대에 앉혀 놓고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를 한다는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논의를 거쳐 김 여사와 이 전무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MB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증인 출석이 예정됐지만, 김 전 기획관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9일 자신의 항소심 첫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구인영장 발부를 요청했고, 검찰 측은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상식과 법을 초월해선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본인의 다음 항소심 재판기일에 참석 의사를 밝힌 점 등을 참작해 구인장 발부를 보류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5월10일을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 날짜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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