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교육당국의 2기(2019~2022년)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자사고 측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자사고들은 평가 일정 거부를 검토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경기지역 일부 자사고는 학부모들이 무기한 1인 시위에 나섰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재지정 평가를 앞둔 서울 자사고들은 서울시교육청에 평가 기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상태다. 올해 서울지역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은 총 13곳이다.
올해 평가 대상인 서울 A자사고 교장은 “이번 재지정 평가는 그동안의 운영성과를 검증하는 목적이 아닌 폐지를 위한 의도가 다분한 비상식적 평가”라며 “자사고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청에 평가 기준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기준은 지난 1기 때(2014~2015년)보다 한층 강화됐다. 통과 기준선은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됐다. 대부분의 평가지표들도 까다롭게 조정됐다. 1기 때 있었던 평가 유예나 재평가 기회도 사라졌다.
이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자사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명문고로 변질됐고 우수학생을 선점해 고교 서열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조 교육감은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는 자사고가 건학이념과 지정목적에 맞게 학교 및 교육과정을 운영했는지 초점을 맞춰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이미 송곳 평가를 예고했다.
서울 자사고들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재지정 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는 29일까지 평가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을 경우 평가 일정 자체를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9일은 자고들의 운영성과 보고서 제출 마감일로 재지정 평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진다. 학교가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재지정 평가 자체가 진행될 수 없는 셈이다.
A자사고 교장은 “지금까지도 (평가기준 전면 재검토 요구에 대해) 서울시교육감이나 부교육감 등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의 공식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답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교육청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평가 일정 거부 또는 평가 수용 후 결과에 따른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파열음은 일고 있다. 전북 전주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자사고 폐지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전북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통과 기준선을 다른 교육청보다 10점 더 높인 80점으로 설정한 바 있다.
상산고는 최근 이사회 논의를 거쳐 ‘선평가 후대응’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학교 측은 “전북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기준은 위법하고 불합리하지만 일단 행정 절차는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합리성과 적법성이 결여된 평가를 통해 부정적 결과가 발생한다면 법적구제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에서도 상향된 재지정 평가 기준을 놓고 일부 자사고와 교육청이 대치하고 있다. 안산 동산고의 학부모들은 지난달 25일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벌이며 재지정 평가 기준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평가지표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선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했다.
교육계에서는 다음 달부터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본격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학교 측과 교육당국간 갈등이 점점 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이번 재지정 평가에 따라 학교 측에는 생존이, 교육당국에는 공약 이행이 걸려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대립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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