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주택가에서 공공근로 일자리 참여자들이 이삿짐을 내리고 있다. 서대문구는 이날 무료 대학생 이사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대문구 제공
22일 오전 11시경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주택가 골목으로 이삿짐을 실은 1t 트럭이 들어섰다. 그물망으로 덮은 짐칸에는 소형 냉장고, 전자레인지, 서랍장, 침대 등이 있었다. 광운대 수학과 3학년 남충걸 씨(25)의 소박한 이삿짐이다.
남 씨는 서대문구가 이날 시작한 대학생 이사 무료 지원 서비스 ‘1호 고객’이다. 서대문구 공공근로일자리 참여자들이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친구와 함께 살던 남 씨의 짐을 옮겼다. 30∼50대 남성 3명인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은 포장이사업체 직원처럼 크고 무거운 짐부터 트럭에서 내렸다. 이들과 남 씨, 그리고 남 씨 친구 세 명은 짝을 지어 건물 3층의 11평 남짓한 자취방으로 짐을 옮겼다. 짐을 내린 지 약 10분 만에 이사는 끝났다.
서대문구는 대학생 이사 무료 지원 서비스를 통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대학생 한 명의 이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벌써 대학생 3명이 다음 달 이사를 예약했다. 단, 조건이 있다. 이삿짐은 1t 트럭으로 한번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이사 장소에 엘리베이터가 있거나 없는 경우는 사다리차가 필요 없는 3층 이하여야 한다. 인접한 은평구와 마포구에 사는 대학생이 서대문구로 이사 오는 경우도 지원한다.
이사 서비스를 희망하는 대학생이 서대문구 일자리경제과에 신청하면 직원이 학생증, 재학증명서, 이사계약서 등을 확인한 뒤 짐의 규모, 이사 가는 곳의 거리 등을 판단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서대문구가 이사 서비스를 공공근로일자리에 포함시키게 된 계기는 관내 대학들이다. 서대문구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이 9곳이나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다. 타지에서 온 학생들이 비싼 월세를 견디지 못해 싼 곳을 찾아 이사할 때 이사비용만이라도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공공근로일자리 참여자를 활용해 예산이 크게 들지 않고 주거가 안정된 청년들이 지역을 활기차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공공근로일자리 참여자들이 이사를 돕기 때문에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아 일석이조다. 이 인건비를 제외하니 이사 서비스 1년 예산은 트럭 대여비용(960만 원)과 이사할 때 필요한 물품비용을 포함해 1500만 원 남짓. 구청 일자리경제과에 배당된 공공근로일자리 참여자들이 이사 서비스에 지원한다. 서대문구는 이삿짐센터 경력자를 우선 배정했다.
이날 이사 서비스 공공근로에 참여한 황인철 씨(32)는 “아르바이트로 왔는데 대학생을 도울 수 있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남 씨는 “하루가 꼬박 걸릴 거라 생각해 친구를 셋이나 불렀는데 오전이 지나기도 전에 이사가 끝났다”며 “이사비용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어서 부담이 컸는데 구청에서 지원해줘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남 씨의 이사를 도운 친구 고모 씨(25)도 다음 달 마포구 아현동에서 남가좌동으로 이사할 때 이사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다.
서대문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사 서비스를 홍보하고 관내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안내 팸플릿을 비치했다. 대학생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학기 중에는 저소득층의 이사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큰 예산이 들지 않더라도 지역주민의 의식주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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