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명소’ 성산일출봉 유채꽃밭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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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6일 14시 59분


제주도, 녹지공간 조성사업 추진
‘인생샷 명소’ 기대하고 찾은 관광객들 ‘당혹’

“유채꽃밭 없어졌어요?”

26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명 ‘유채꽃 재배단지’를 찾은 관광객 김선영씨(33·서울) 일행의 표정에는 당혹감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매년 봄이면 한 사람당 1000원꼴인 값싼 입장료에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 유채꽃 물결을 한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제주 대표 명소가 텅 빈 황무지로 변해버린 탓이다.

유채꽃 재배단지 초입에는 ‘본 토지는 제주도 공유재산입니다. 경작 등 토지 이용행위 일체를 금하며, 이를 위반 시 관련 법에 따라 변상금 부과 등 불이익을 받게 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작은 나무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돌담 너머에는 잘려나간 유채꽃이 얼기설기 뒤엉킨 채 곳곳에 쌓여 있었고,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과 접한 경계지에는 이미 평탄화 작업이 진행된 상태였다. 500m 거리의 다른 유채꽃 재배단지에서는 공사장 안전펜스까지 설치돼 있었다.

김씨는 “‘3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10선(제주관광공사)’이라고 해 찾아 왔는데 너무 허무하다”면서 “다음달 제주유채꽃축제가 열리던데 그 때 제주에 올 걸 그랬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는 2015년부터 300억원 규모의 ‘성산일출봉 주변 녹지공간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성산일출봉에 연간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불법 주차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유채꽃 재배단지가 포함된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대 부지 12만9700㎡에 녹지공간과 주차장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도는 사업부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유지 매입 문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올해 1월 말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의 등 모든 토지보상 절차를 마치고 지난달 사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단계적인 토지보상을 통해 공유지로 바뀐 유채꽃 재배단지 9필지에서 유채꽃을 재배하거나 입장료를 징수하는 불법행위가 계속되면서 또다시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도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으로 해당 유채꽃 재배단지 운영자 6명에게 구두 경고와 원상복구 명령 사전통지 등의 조치를 취했고, 결국 이달 중순쯤 원상복구 작업이 이뤄졌다.

도 관계자는 “불법 영업에 대한 단속권한이 없는 데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농작물의 경우 소유권이 토지주가 아닌 경작자에게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제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비교적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업부지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녹지공간에는 유채꽃과 코스모스 등 계절별 야생화를 식재하고, 주차장에는 잔디블럭 등 친환경적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라며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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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명 유채꽃 재배단지에서 ‘성산일출봉 주변 녹지공간 조성사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2019.3.26./뉴스1© 뉴스1

26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명 유채꽃 재배단지에서 ‘성산일출봉 주변 녹지공간 조성사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2019.3.26./뉴스1© 뉴스1

26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명 유채꽃 재배단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성산일출봉 주변 녹지공간 조성사업’ 부지인 이 곳은 최근 입장료 징수 등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행정조치로 원상복구됐다.2019.3.26./뉴스1

26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일명 유채꽃 재배단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성산일출봉 주변 녹지공간 조성사업’ 부지인 이 곳은 최근 입장료 징수 등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행정조치로 원상복구됐다.2019.3.26./뉴스1

원상복구 전인 1월14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한 유채꽃밭에서 관광객들이 활짝 핀 유채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2019.1.14/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원상복구 전인 1월14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한 유채꽃밭에서 관광객들이 활짝 핀 유채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2019.1.14/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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