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충돌 러시아 선장 구속기소…“출항 때부터 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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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7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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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교통사고도주·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혐의 추가…5개 혐의 적용

지난 3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찰청에서 지난 달 28일 광안대교와 충돌하고 도주한 러시아 화물선(씨그랜드·6천톤급)의 선장 러시아인 S씨가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부산 용호항 화물부두에서 출항한 씨드그랜드호는 용호만부두에 정박한 중이던 다이아몬드베이 요트를 들이 받고 잇따라 광안대교 교각과 충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2시30분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 News1
지난 3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찰청에서 지난 달 28일 광안대교와 충돌하고 도주한 러시아 화물선(씨그랜드·6천톤급)의 선장 러시아인 S씨가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부산 용호항 화물부두에서 출항한 씨드그랜드호는 용호만부두에 정박한 중이던 다이아몬드베이 요트를 들이 받고 잇따라 광안대교 교각과 충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2시30분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 News1
광안대교를 충돌한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선장에 대한 선박교통사고도주,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검찰은 항해기록장치(VDR)와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서울대 법의학 교수와 부산대 약리학 교수등 전문가 자문을 통해 선장이 출항할 때부터 이미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행 해사안전법상 혈중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일 경우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부산지검은 27일 씨드랜드호 러시아인 선장 A씨(42)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선박교통사고도주), 업무상과실선박파괴,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해사안전법위반, 선박의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씨그랜드호 선사도 해사안전법 위반,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선장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19분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씨그랜드호를 운항하다 요트를 들이받은 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선회각도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진하다 광안대교 램프를 충돌해 교량 위를 달리던 차량 통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있다.

또 이날 오후 3시37분부터 오후 4시33분까지 혈중알코올농도 0.086% 상태에서 용호부두 해상 약 4.6km 구간에서 조타수에게 조타기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선수 방위와 거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운항하다 요트 3척과 계류 바지선 1척을 들이받은 혐의도 받고있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14분쯤 요트와 충돌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해경 해상교통관제(VTS)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No Problem)’‘충돌이 없다(No collision)’라고 허위 답변한 뒤 그대로 전진 가속하면서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A씨는 정박 이후 해경이 음주측정을 요구하자 처음에는 불응하다 뒤늦게 응했고 조타실 지휘를 자신이 아닌 1항사가 했다고 허위주장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항해기록장치에 저장된 조타실 대화내용을 분석한 결과 정박 이후 선원들이 ‘이게 술의 결과다’ ‘들어갈 때 뿐만 아니라 절대로 안돼. 아예 배에서는 안되지’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선장 A씨의 음주 여부를 두고 서울대 법의학 교수와 부산대 약리학 교수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 사건 분석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선장이 씨그랜드호를 정박한 이후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지만 본인이 주장하는 음주시간과 음주량으로는 사고 당일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나 검출될 수 없다는 점과 운항당시 0.03% 이상인 사실이 확인된다는 소견을 제출했다.

검찰은 선장이 처음에는 ‘2항사실에서 2항사와 꼬냑을 마셨다’고 주장했다가 당시 2항사는 갑판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자 ‘2항사실에서 혼자 마셨다’고 진술을 바꿨고 ‘캔맥주를 선장실에서 마셨다’고 말했으나 선장실에서는 빈 맥주캔이 발견되지 않아 진술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용호부두의 공간 특성상 짧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선박 방향을 변경시키는 제자리 선회 방법으로 출항해야하는데도 A씨는 술에 취해 전진 엔진 가속을 높이면서 전방으로만 진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항해기록장치 분석결과 1차 요트 충격 당시 씨그랜드호 운항 속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3.8노트로 확인됐다.

특히 씨그랜드호의 조종성능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지 않고 타력으로 선회를 할 경우 최소한 440m가 필요한데 요트 충돌지점에서 광안대교까지는 약 350m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가 음주 적발을 피하려다 거리와 회전각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이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사고로 파공된 광안대교의 스틸박스거더(Steel box girder) 복구작업은 오는 4월 말까지 진행되고 복구비용은 28억 4000만원 상당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검찰은 최근 5년동안 부산에서 선박 음주운항으로 적발된 40건 모두 정식재판으로 기소된 사례가 없고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된 사실을 확인하고 앞으로 초범이라도 음수주치가 높을 경우에는 정식기소할 방침이다.

또 인명 피해나 다중이용 시설에 피해를 입힌 경우에도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등 처벌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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