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승격 22년 된 울산시, 국가기관은 기초 자치단체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병무청-국세청-원외재판부 등 없어… 민원 해결 위해 타지 방문 큰 불편
사회적 비용 감안해 정부 배려 필요

부산고법 원외재판부 울산유치위원회 신면주 위원장이 최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외재판부 울산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부산고법 원외재판부 울산유치위원회 신면주 위원장이 최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외재판부 울산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병역 판정 검사를 받기 위해 최근 울산에서 부산지방병무청을 찾아간 A 씨(22). 오전 8시까지 부산병무청에 도착하기 위해 오전 5시경 울산 동구의 집을 나섰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도착해 검사를 받은 뒤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6시경. 병역 판정 검사를 받는 데 꼬박 13시간이 걸린 셈이다.

A 씨만이 아니다. 연간 1만여 명인 울산의 병역 관련 민원인들이 이와 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 A 씨는 27일 “울산이 그래도 광역시인데 왜 병무청이 없어 이렇게 시민이 힘들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1997년 7월 광역시로 승격돼 22년이 지났지만 울산에 없는 정부기관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울산에는 고등법원이 없다. 항소심을 받기 위해서는 부산고법까지 가야 한다. 시와 ‘울산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가 21일부터 부산고법 울산원외재판부 유치 울산시민 1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한 이유다.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는 고법 관할구역의 지방법원 소재지에서 사무를 처리하는 고등법원 재판부를 말한다. 인천시와 수원시에 최근 원외재판부가 설치되는 등 현재까지 7개 도시에 고법 원외재판부가 설치됐다.

울산원외재판부 유치위원장인 신면주 변호사는 “원외재판부가 생기면 울산시민을 위한 사법서비스가 향상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울산 중)과 신 유치위원장, 김석진 울산시 행정부시장은 19일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방문해 부산고법 울산원외재판부 설치 건의서를 전달했다.

국세청도 없다. 인천지방국세청이 다음 달 문을 열면 울산은 유일하게 지방국세청이 없는 광역시가 된다. 울산은 연간 국세를 9조 원 이상 내는 국세 징수 2위 도시이지만 세무서는 두 곳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무서 1곳당 관할 인구는 약 59만 명으로 부산과 광주의 세무서보다 약 10만 명이 더 많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부산고법 원외재판부 울산 유치를 위한 서명을 하고 있다. 울산시와 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는 5월 말까지 시민 1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 제공
송철호 울산시장이 부산고법 원외재판부 울산 유치를 위한 서명을 하고 있다. 울산시와 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는 5월 말까지 시민 1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 제공
시민 먹거리와 건강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청도 광역시 가운데 울산만 없어 부산지방식약청에서 울산 업무를 맡고 있다. 부산지방기상청 산하인 울산기상대는 오히려 정원이 지난해 10명에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시는 최근 울산을 방문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울산기상청 승격과 고법 원외재판부, 국립지진방재센터, 동남대기환경청 설립 등을 건의했다.

시는 “행정안전부 소관인 국립지진방재센터는 문재인 대통령의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확보 공약에 따라 원전 밀집지역인 울산에 건립돼야 하며 환경부 소관 동남대기환경청 역시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울산에 건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산업화 과정에서 울산시가 치른 환경오염 같은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때 광역시에 걸맞게 국가기관 신·증설에 정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시#병무청#국세청#원외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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