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 오전 9시 최원삼 체납총괄팀장과 직원 2명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한 다세대주택의 지하층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김모 씨(63)가 문을 열었다. 최 팀장 등이 들어가 보니 13.2m²(약 4평) 남짓한 집안은 깜깜했다. 고장 난 형광등은 켜지지 않았고 케케묵은 냄새가 가득했다. 방바닥에는 먹다 남은 라면 봉지 등이 어지러웠다. 정상적으로 생계를 꾸리지 못하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 씨는 3년 전 주민세 4만 원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 봐서는 당장 끼니를 때우기조차 어려웠다.
김 씨는 최 팀장 일행에게 “세금을 내지 않았는지 몰랐다. 4월이 되면 일용직이라도 해서 꼭 갚겠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김 씨를 긴급복지 대상자로 성남시에 신청하고 비상식(非常食)으로 쌀과 두유를 지급했다.
3년 전 한 케이블TV에서 방영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38사기동대’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다. 돈이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악덕 체납자를 쫓아 끝내 징수해내고야 마는 체납세금 담당 부서의 통쾌한 활약상과는 다르다. 오히려 사회복지사 역할을 대신하는 듯하다.
경기도가 이달 8일 출범시킨 체납관리단 활동의 일면이다.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징수하는 일은 도 조세정의과에서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원관리과에서 명칭을 바꾸고 소속 공무원도 28명에서 46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도내 체납자 약 487만 명(체납액 2조4067억 원)을 도내 31개 시군 담당자 75명과 함께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금을 내지 못하는 사유와 납부 능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처분하는 관행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체납관리단은 이런 상태를 개선해 보고자 만들었다. 세금을 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내지 않는 고질적 체납자에 대해서는 더욱 강도 높게 징수하면서 이른바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정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세금을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조건에 따라 주거 생계 의료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군 사회복지 부서에 연결해준다. 경영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체납자에게는 저금리 창업과 생계 자금 대출 등을 안내해준다. 일자리가 필요한 체납자와 그 가족에게는 구직 및 취업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직업능력 개발도 지원한다.
물론 상습 고액 체납자는 명단 공개, 출국금지, 신용정보 제공 같은 행정제재와 재산 압류, 강제 공매, 가택 수색 등의 처분을 지속한다.
조세정의과 산하인 체납관리단 단원은 27일 현재 31개 시군에서 1279명이 일한다. 22일 기준으로 체납관리단은 체납자 5만4652명의 실태조사를 마쳤고 이 중 1만806명에게서 세금 21억1894만 원을 징수했다. 생계형 체납자 67명에게는 복지서비스를 안내했다. 경기도는 연말까지 체납자 100만 명의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다.
체납관리단원은 이달부터 12월 22일까지 하루 6시간씩 조세정의과 직원과 동행해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급여는 경기도 생활임금을 적용받아 시간당 1만 원, 월평균 170만 원가량을 받는다.
김기세 도 자치행정국장은 “체납관리단은 세금 징수와 복지서비스 안내는 물론이고 주민 실거주 현황 파악까지 할 수 있는 1석 3조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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