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살인의도 없어 보여”…살인미수 또 무죄
피고인측 “재판부, 여론 압박 느낀 듯…통상 형보다 높아”
점포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건물주를 둔기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본가궁중족발’ 사장이 2심에서 형이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28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목길에서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건물주 이모씨를 들이받기 위해 돌진한 데 이어 도주하는 이씨를 쫓아가 망치를 휘둘러 가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와 이씨는 지난 2016년부터 궁중족발 가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상가의 임대료 인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건물을 매입한 이씨는 보증금은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월세는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리면서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 1심은 살인미수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특수상해죄와 특수재물손괴죄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하고 김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김씨 모두 항소했다.
2심에서 양측은 사건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살인의도’를 다르게 주장했다. 검찰은 살인고의가 충분히 있다며 1심보다 높은 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김씨 측은 ‘미필적 고의’는 인정할 수 있어도 살해의도는 결코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재판부는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김씨의 이 사건 범행 당일 행적과 차량이 충격하는 당시 상황, 피해자를 추격하면서 쇠망치를 휘두르긴 했지만 실제로 가격이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보면 1심과 같이 살해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 7명 모두 김씨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했고 쇠망치라는 흉기의 위험성을 보면 죄질이 중하다”며 “임대차 분쟁에 따른 감정적 대립은 수긍할 수 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범행 과정에서 전혀 상관없는 제3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중한 피해도 당했다”며 “피해자 이씨와는 아직 합의나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심에 이르러 제3의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고 그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사정을 고려했다”며 김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1심보다 형을 6개월 감경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씨 측 조수진 변호사는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한 것도 오히려 김씨의 여론재판을 우려해서 그런 것”이라며 “그런데 2심 재판부도 여론 압박을 느꼈는지 통상적인 형보다는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또 “검찰이 처음부터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살인미수로 기소했다”고 지적하며 “혹시 재판이 상고심에 가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에 앞서 피해자 이씨는 ‘김씨에 대한 엄벌을 원한다’는 내용으로 지난달 검찰에 보낸 진정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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