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뭐하고 있나”(국방부 출입기자) “하는 일 여러가지다…기다려달라”(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2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의 한 대목이다. 이날 브리핑은 국방부 대변인을 향한 취재진의 ‘성토의 장’이 됐다.
국방부 취재진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에 따라 오는 4월로 예정된 비무장지대(DMZ) 남북공동유해발굴이 북측의 무응답으로 진전되지 않는 상황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언급한 ‘3월 중 남북군사회담 개최’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을 지적했다.
이에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협의 중이다. 좀 기다려달라”며 진땀을 뺐다.
◇군사합의 ‘삐걱’…DMZ 공동유해발굴·한강하구 자유항행 ‘침묵’
남북 군사당국은 지난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당초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을 완료하면 공동사무소를 설치하고, 4월부터 본격적인 유해발굴에 돌입하려 했다.
이를 위해 대령급을 책임자로 각각 5명씩 유해발굴 공동조사 및 현장지휘조를 구성하고 발굴단 명단을 지난달까지 상호 교환하기로 했었다.
이에 국방부는 이달 초 80~100명 규모의 남측 유해발굴단 명단을 북한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에 대해 4월을 나흘 앞둔 현재까지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1월30일 판문점에서 남북 공동수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측이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를 북측에 전달차 대면 접촉을 가진 뒤 2개월 동안 남북 군 당국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군사합의 이행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2월말 북미 ‘하노이 담판’의 결렬이 남북 군사당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 초까지만 해도 순조롭던 남북 군 당국 간 분위기가 심상찮게 흘러가자 국방부는 최근 북측에 군사회담 개최를 제안했지만 이 역시도 북측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행 속도 더딘데…軍, 군사합의 홍보
북한이 합의 이행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9·19 군사합의에 먹구름이 낀 형국이지만 국방부는 최근 군사합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정책자문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40여명의 자문위원들에게 ‘9·19 군사분야 합의’ 등 주요 국방 관련 현안을 설명했으며 25∼26일(현지시간)에는 베를린에서 독일 군 당국자를 만나 군사합의의 의의를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국방부는 4월 마지막주 남북 1차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9·19 군사분야 합의서’ 과정과 주요 내용, 이행 경과 등 특별기획 사진전을 추진 중이며 조만간 국방부 홈페이지 내 별도 홍보 페이지를 개설해 군사합의에 관한 해설 및 경과, 향후 계획 등을 알릴 예정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그런 것(사진전을) 통해서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나 이런 것들도 다시 각오를 되살릴수도 있고 평화를 진척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생각도 할 수가 있다”며 긍정적인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군사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군사합의 홍보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새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군은 최근의 홍보 활동이 원래 계획된 일정이며 최근 상황에 특별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최고의 안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국방부 “협의 중, 기다려달라” 원론적 입장 지속
군사합의 이행이 안갯속으로 빠지면서 남북 관계마저 삐걱거리는 듯한 모양새지만 국방부는 ‘아직 문제없고 북측과 협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최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무한정 멍하니 기다리는 건 아니며 필요한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공동유해발굴 등 (군사합의 내용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결정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북측으로부터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답답하지만 당장 어쩔 수 없다는 입장도 견지된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4월부터 공동유해발굴과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이 이뤄지지 못하면 북측이 사실상 군사합의를 ‘불이행’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처가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리 우리측에서 적극적으로 북측에 접촉을 시도하고 약속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할지라도 북측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후의 시나리오가 마련돼야 하는데 아무런 대응책 없이 북측의 반응만 기다리다가는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올해부터 이행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여러 가지 사안들이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아직 깜깜이”라며 “뭔가 되고 있으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부는 최근의 분위기를 전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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