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내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할 수 있는 ‘인구 위기’에 직면한 것은 전셋집 마련도 힘든 경제 문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비혼(非婚) 문화, 경력 단절을 초래하는 양육 환경이 복합된 결과다.
올해부터 경제활동에 주로 참여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데 이어 내년부터는 감소 폭이 대폭 확대된다. 백화점식 저출산대책으로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원주시급’ 생산인구 매년 감소
통계청은 28일 낙관적, 중립적, 비관적 시나리오(고위, 중위, 저위 추계)에 따라 미래 인구를 예상했다. 이 가운데 중립적 시나리오가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계청 주장이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2016년 인구추계 발표 때도 통계청은 2018년 합계출산율을 1.13명으로 예상하면서 가능성이 낮은 저위 추계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작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더 낮았다. 그만큼 한국의 출산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면서 내년부터는 연평균 33만 명씩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강원 원주시 주민(34만 명) 정도의 인구가 매년 경제현장에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2030년대에는 연평균 52만 명 정도 생산인구가 줄어든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부양 부담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유소년 혹은 고령인구의 수(총부양비)는 36.7명이었다. 2060년에는 피부양자 수가 생산가능인구보다 많아지고, 2067년에는 100명당 부양해야 할 사람이 126.8명(저위 추계 기준)에 이른다. 돈을 버는 사람 한 명이 안 버는 사람 한 명 이상을 돌봐야 하는 셈이다.
통계청은 “2065년에 총부양비가 100명을 넘어서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 대표적인 고령사회로 꼽히는 일본도 2065년 총부양비는 96.2명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복지비 부담을 떠안는 셈이다.
○ 인구 부족 위기 겪은 일본 전철 밟을 우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에 인구 위기가 겹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일본의 전체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는 1992년만 해도 69.8%였지만 지난해 중반에는 59.8%로 급감했다. 이 기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0∼1%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세계에서 처음 ‘30-50(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 클럽’에 들었지만 이후 인구 감소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한국이 이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감소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역동성을 떨어뜨려 성장을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라 2000년대 연평균 4.3%였던 경제성장률이 2030년대 1.1%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일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생산연령인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생산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 “고령화 쓰나미 막을 파격 대책 필요”
인구 감소의 충격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 국내 건설업 취업자 가운데 55세 이상인 사람은 121만8000명으로 전체의 60.8%에 달했다. 새로 건설 업종에 진입하는 젊은이가 없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올해 건설 노동자 수요가 173만 명인데 외국인 근로자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32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현장 업무 중에서도 힘든 작업으로 분류되는 현장 거푸집 세우기 작업은 이미 외국인들이 100% 전담해 작업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가운데는 이런 일을 할 숙련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조제분유 소비량은 2000년 2만7000t에서 2017년 1만4000t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파악한 음용 우유 소매 시장 규모도 2016년 2조879억 원에서 2017년 2조49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학령인구(6∼21세)는 2017년 846만 명에서 10년 동안 연평균 20만 명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날 어린이집 확대, 남성 육아휴직 확대 등 올해 2월 발표한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6월 말까지 주요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인구 감소는 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로 국가 전반에 ‘고령화 쓰나미’가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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