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옥구서 시작… 태극기 손에 쥐고 목이 쉬도록 ‘만세삼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3·1운동 100주년 현장/창간 99주년]전북연구원, 심포지엄 열어
‘전북 3·1운동史’ 제작 돌입… 미등록 유공자 찾기 본격화

2월 28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2월 28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전북은 3·1만세운동이 한강 이남에서 가장 먼저 벌어진 곳이다. 독립선언서가 서울(당시 경성)에서 울려 퍼진 지 나흘 만인 1919년 3월 5일 옥구와 군산에서 시작된 전북지역 3·1운동을 시작으로 그해 4월 30일까지 전국에서 이어졌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소요사건도별표와 소요사건일별조표에 따르면 전북지역 독립만세운동은 5곳에서 39회 일어났으며 3710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의 전북 3·1운동 일지에는 50여 차례 만세운동이 벌어졌다고 기록돼 있다. 1988년 발표된 한 논문은 184회 진행됐다고 밝혔다. 독립에 대한 전북지역의 열망이 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군산에서 타올라 도내 각지로

3·1만세운동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2월 28일 옥구 영면학교에 독립선언서가 도착했다. 개신교에서 운영하던 영명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군산장날인 3월 6일을 거사일로 정한 뒤 태극기를 만들고 독립선언서를 등사하며 준비에 들어갔다.

거사 하루 전인 5일 일본경찰이 학교에 들이닥쳐 일부 주동 교사를 연행했다. 남은 교사와 학생들은 긴급회의를 거쳐 곧바로 학교를 뛰쳐나왔다. 여기에 개신교인들과 학생, 주민들이 가세해 약 500명이 거리를 메우며 전북지역 첫 만세운동은 시작됐다.

5일 뒤인 10일 오후 9시경 익산읍내에 봉화가 올랐다. 천도교 조직이 중심이 돼 준비한 태극기를 손에 들고 군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후 금마장날을 이용해 두 차례 만세운동이 열렸고 4월 4일 이리시장에서는 약 1000명이 목청껏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같은 날 임실 오수에서도 학생 주도의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이후 15일부터 23일까지 매일 거리로 나왔다. 임실읍과 청웅면 지사면에서도 사나흘간 만세 외침은 끊이지 않았다.

무주에는 3월 7일 만세운동 소식이 전해지고 4월 1일 무주읍 장날 거사가 이뤄졌다. 무주 만세운동은 신흥종교단체인 흠치교(일명 증산교)와 공도회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밖에도 김제 고창 남원 순창 부안 금산 등 전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3·1만세운동은 타올랐다. 종교계와 학생들이 주도했다는 사실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조들 본받아 전북 발전 위해 끝없는 전진’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달 1일 전북도청 대공연장에는 도민 약 1000명이 운집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기념사에서 ‘물을 마실 때면 그 근원을 생각한다’는 말인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언급했다.

송 지사는 “봉건과 외세의 동토(凍土)를 뚫고 나온 동학혁명의 새싹은 전북 곳곳의 의병활동과 한강 이남 최초의 만세운동인 군산 3·5만세 운동처럼 자랑스러운 항일역사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떠한 고난과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고 조국독립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셨던 선조들처럼 전북 발전과 대한민국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전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선조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기념식과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박문자의 인생과 독립국가 등을 국악으로 재구성한 합창곡을 무대에 올렸다. 박문자(朴文子)는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로 태어났지만 조선인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조국까지 사랑해 일왕을 암살하려 했다가 실패하고 옥중에서 생을 마감했다.

도 산하 전북연구원은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전북지역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아보고 이를 현대에도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도는 역사자료마다 제각각인 전북지역 3·1운동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 ‘전북 3·1운동사’ 제작에 들어갔다. 750명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3·1운동 유공자도 본격적으로 찾을 예정이다.

9월에는 일제의 침략행위에 맞서며 동시에 조선의 개혁을 위해 일어섰던 동학농민혁명이 3·1운동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도립미술관은 호남평야에서 난 곡물을 일본으로 수탈하는 거점지역이던 군산 장미동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회를 6월까지 연다. 일제강점기 군산의 역사와 현주소를 회화 설치미술 조각 등으로 표현한 작품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방방곡곡 3·1 그날의 함성#3·1운동 100주년 현장#전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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