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신흥학교 학생들, 호롱불 켜고 독립선언서 등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3·1운동 100주년 현장/창간 99주년]3월 13일부터 20일간 만세운동
市, 시위 벌어진 신흥고교 앞에 ‘3·1운동 100주년 기념공간’ 조성

2월 28일 3·1운동 100주년 기념공간으로 조성된 전북시 전주 신흥고 앞 버스승강장에서 열린 제막식 광경. 시는 승강장에 3·1운동 이야기를 담은 조형 작품과 역사기록 사진 등을 설치했다. 전주시 제공
2월 28일 3·1운동 100주년 기념공간으로 조성된 전북시 전주 신흥고 앞 버스승강장에서 열린 제막식 광경. 시는 승강장에 3·1운동 이야기를 담은 조형 작품과 역사기록 사진 등을 설치했다. 전주시 제공
1919년 3월 1일 새벽 독립선언서가 경성(현 서울) 시내에 뿌려졌다. 오후 2시 탑골공원에 수천 명이 모였다. 독립선언서가 낭독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서울 온 하늘 아래 만세소리가 가득 찼다.

같은 날 오전 천도교 전주군 교구실에 인쇄소인 보성사 직원 인종익이 들어왔다. 인종익은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지방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의 손에는 독립선언서 수백 장과 독립운동 행동방법을 적은 유인물이 들려 있었다.

인종익이 전달한 독립선언서를 천도교 직원들은 전북 각 지역에 전달했다. 전주 거사(擧事)를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거사일은 당시 전주읍 장날인 3월 13일로 정해졌다. 읍내에 3·13 전주만세운동 소식이 퍼졌다. 독립선언서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본경찰의 감시는 심해졌다. 하지만 조국의 독립을 바라는 전주 사람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천도교와 개신교 측은 만세운동에 사용할 태극기를 은밀히 제작했다. 일경은 만세운동 참가를 막기 위해 임시 방학 조치를 내렸지만 전주신흥학교 지하실에서 학생들은 호롱불을 켜고 독립선언서를 등사했다.

13일 거사일. 일경의 감시는 더욱 삼엄해졌다. 태극기를 가득 채운 채소가마니가 남문시장에 무사히 운반됐다.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천도교와 개신교 신자들과 신흥학교, 기전여학교 학생 등 약 150명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이렇게 시작된 3·13 전주만세운동은 4월 초까지 20여 일간 계속됐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난달 9일 당시의 함성이 재현됐다. 전주시는 ‘독립의 함성에서 평화와 통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주만세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김승수 전주시장을 비롯한 참가자 3000여 명은 100년 전 독립선언서를 등사하고 시위를 벌였던 신흥고교에서 풍남문까지 1.7km를 걸으며 선열의 독립정신을 되새겼다. 풍남문에서 종교계와 학생대표 등은 평화와 통일로 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전주평화선언문을 낭독했다.

앞서 시는 전주지역 3·1운동 중심지인 신흥고 앞 버스승강장을 3·1운동 100주년 기념공간으로 조성해 3·1운동의 역사를 상징하는 조형 작품을 설치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3·1운동을 이끈 ‘신흥인’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무언가 차오르는 느낌을 받는 어린 왕자를 표현했다. 신흥고가 제공한 3·1운동 관련 기록사진과 시대 변천에 따라 변화한 태극기 모형도 전시됐다. 승강장에 서는 시내버스에는 ‘1919년 3·1운동 당시 신흥학교 학생들이 식민지배에 항거해 학생운동을 일으킨 곳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전주시청 로비에서는 ‘풍남문에서 우편국까지 100년의 행진’을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다시 걷는 전주 3·1운동’ ‘민족의 독립을 위해 앞장선 학생들’ ‘전주 태극기로 물들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등을 주제로 전주에서 거행된 만세운동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과 극적인 사건들이 시민을 맞았다.

전주 중화산동 다가공원에는 10월까지 기림비(碑)를 세울 예정이다. 이 기림비는 3·13 전주만세운동을 비롯해 전국적인 만세운동에 참여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기리는 것이다. 시는 3·1운동 100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돌아보는 인문학 강좌도 열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방방곡곡 3·1 그날의 함성#3·1운동 100주년 현장#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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