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만세운동, 장날에 전개… 광주만세시위부터 4월말까지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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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현장/창간 99주년]
임정 수립 기념일인 11일까지 22개 시군별로 60가지 기념사업
항일운동 의미 담은 기억공간 조성

전남 목포 정명여고 학생들이 교내에서 4·8만세 시위를 재현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1919년 3월 10일 광주를 시작으로 4월 말까지 만세운동이 이어졌다. 목포시 제공
전남 목포 정명여고 학생들이 교내에서 4·8만세 시위를 재현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1919년 3월 10일 광주를 시작으로 4월 말까지 만세운동이 이어졌다. 목포시 제공
전남의 3·1만세운동은 1919년 3월 10일 광주만세시위를 시작으로 4월 말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에 전남의 23개 부(府), 군(郡) 전 지역에서 만세시위가 전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 3·1운동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전남지역(광주 포함) 만세시위 건수는 36건이며 참여 추정 인원은 9030명이다.

전남지역 만세운동의 특징은 대부분 장날에 벌어졌으며 산봉우리에서 불을 피우는 산상봉화(山上烽火)시위나 산 정상에서 만세를 부르는 산상만세(山上萬歲)시위를 전개했다는 점이다. 해안가에서는 어민들이 배 위에서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이는 전남이 산과 섬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던 농민군 후손이나 의병 후손들이 깊은 산과 섬으로 들어가 은거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전남 만세시위 주도세력은 크게 기독교계와 유생층, 청년학생층, 천도교계, 하부 행정기관 관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독교계 주도세력에 의해 만세시위가 전개된 지역은 광주와 목포, 순천, 여수, 구례, 광양 등이었다. 특히 광주를 비롯한 목포와 순천은 유진벨 선교사(한국명 배유지) 등이 세운 교회와 학교가 조선민족사상을 고취시키고 독립운동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목포 정명학교와 영흥학교, 광주의 수피아학교, 순천의 매산학교 등은 만세운동의 중심역할을 했다. 교사들과 학생들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주도면밀하게 만세운동을 준비했고 함께 거리로 나가 만세를 불렀다. 만세운동 후 상당수 학생들은 일제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렀다. 만세운동으로 고양된 자주정신과 독립에 대한 열망은 10년 후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영암, 곡성, 영광, 함평, 담양 등지에서는 청년, 학생층이 시위를 주도했다. 특히 보통학교 교사나 면서기 등 시위 주도자들은 지배기구의 말단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근대 교육을 받은 첫 세대로서 보통학교 학생들과 지역의 청년층을 조직해 투쟁을 전개했다. 이들은 이후 민족운동의 중심 세력이 되기도 했다.

기독교와 천도교의 영향이 함께 미쳤던 곳은 강진, 고흥, 순천, 완도 등이었다. 전남 동부지역은 천도교인들의 주도로 만세운동이 펼쳐진 곳이 많다. 순천군 낙안, 광양, 보성, 구례, 장성 모현리의 만세 시위는 유림들이 나선 대표적 사례들이다. 유림들의 투쟁은 학교나 지역 공동체, 교회 등의 조직이 개입되지 않아 단독으로 시위를 벌이는 사례가 많았다. 순천의 낙안은 유림들이 주도했지만 조직적인 투쟁을 벌인 경우다.

전남 만세운동과 시위 횟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적지만 독립운동을 벌이다 수형생활을 한 애국지사 수는 매우 많다. 2018년 국가보훈처의 조사 결과 전국의 독립운동자 수형자 5323명 중 광주전남의 운동가는 1985명으로 37.3%를 차지했다. 이는 그만큼 전남지역 독립지사들의 항일운동의 강도가 거셌다는 것이며 일제가 전남지역 항일지사들의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전남도는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임정 수립 기념일인 4월 11일까지 도내 22개 시군별로 60가지 기념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4월 11일에는 함평군 신광면에 복원된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임정 청사는 임정의 자금줄이었던 김철 선생(1886∼1934)의 고향에 2009년 복원됐다.

전남도는 항일운동의 의미를 담은 기억 공간도 조성한다. 도청 인근에는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을 세우고 목포 근대역사관 별관(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에는 서남권 3·1운동 100주년 특별 전시관을 건립한다.

순천 낙안마을에는 3·1 독립만세운동 테마공원을 조성한다. 문화행사로는 구한말 호남 의병 활약상을 그린 창극 ‘호남의병 혈전기’를 12월까지 22개 시군을 순회하며 공연한다. 3·1운동, 독립군 전투 등 항일운동 사진전을 시군 문화예술회관 등지서 개최하고 전남 항일운동 역사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와 교육공모전, 사생대회도 연다.

전남도는 임진왜란부터 3·1운동까지의 호남 의병 역사를 정립하기 위한 ‘호남 의병 역사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올해 연구용역, 내년 실시설계를 추진한다. 부지 33만 m², 연면적 1만6500m² 규모로 공모를 통해 후보지를 결정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방방곡곡 3·1 그날의 함성#3·1운동 100주년 현장#전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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