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과 대왕암 등 울산의 바닷가는 한여름에도 섭씨 28도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울산석유화학공단을 지나 도심에 들어오면 40도를 오르내린다. 무분별하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로 인해 바람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올해로 21년째 울산에서 숲 가꾸기 등 환경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윤석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49)은 여름철 울산의 기온이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르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바닷바람이 주거지를 거쳐 산으로 넘어가고, 산바람은 다시 주거지를 지나 바다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바람이 아파트 단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주거지에 먼지가 쌓이고 공기가 탁해지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울산시가 미세먼지 줄이기 대책 가운데 하나로 지난달부터 추진하는 1000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환영했다. 그는 “울산은 동남쪽에는 공단이 밀집해 있고 서북쪽에는 산이 많은 지형적 특징이 있다”며 “나무를 공단 주변의 빈 땅과 주거 밀집지역에 집중적으로 심어 ‘숲 안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나무 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숲을 보존하는 것이다. 특히 그린벨트를 허물고 공단이나 도로, 관공서를 짓는 것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인도에 자전거도로를 만들다 보니 가로수를 심을 공간이 줄어들었다”며 가로수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경 1m 이상의 구덩이를 파서 가로수를 심어야 하는데 최근 몇 년 전에 만든 울산역 앞과 혁신도시 도로의 식수 공간은 65∼80cm에 불과해 가로수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거나 몇 년 안에 고사한다”고 말했다.
또 “가로수에 묻은 미세먼지는 비가 오면 땅으로 떨어지고 이후 차가 지나면서 바람에 휘날려 사람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힌다”고 했다. 그는 “땅에 떨어진 미세먼지는 최고 1.1m 높이로 날아다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에는 1.2m 높이의 수벽(樹壁)을 만들어 미세먼지를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윤 국장이 환경운동에 뛰어든 것은 1996년부터다. 울산 태화강 환경지기단 실무자로 일하면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학원에 진학해 조경학을 공부하며 ‘나무박사’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1월 울산 생명의 숲을 창단해 사무국장을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창단 당시 공동대표였던 송철호 현 울산시장은 지금도 회원이다.
윤 국장은 울산에 있는 노거수(老巨樹)를 조사해 2013년 10월 ‘울산의 노거수’란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10월 30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700명이던 회원을 1000명으로 늘리는 운동을 그해 8월부터 3개월간 펼치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한 여성 회원이 신규 회원 10명의 가입원서를 갖고 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울산 생명의 숲 회원은 1700여 명이다. 회원 회비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꾸준하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윤 국장은 요즘 대왕암 공원의 소나무 살리기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소나무 밑에 쌓인 낙엽을 긁어내고 풀을 뽑아줘야 ‘외생균근균’이라는 버섯균이 자라 소나무가 건강해진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물론이고 울산의 대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푸른 울산은 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여름 가뭄이 심할 때는 자기 집과 상가 앞 가로수에 물을 주는 등 시민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건강한 울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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