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인천 연수구 송도 글로벌파크에는 한 손에 풍향계, 다른 한 손에 초시계와 온·습도계를 올려놓은 기록지를 든 한국환경공단 악취기술지원부 심재식 대리가 서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초시계를 들여다보며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의 손은 바빠졌다. 1분에 6번 무슨 냄새가 났는지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공단은 지난달 25일부터 나흘간 연수구에서 악취를 추적하는 ‘격자법’을 시행하고 있다. 연수구는 전국에서 악취 민원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수구에서 들어온 악취 민원만 632건에 달한다. 이 중 화약 약품 냄새와 분뇨 냄새의 원인은 밝혀졌다. 하지만 가장 많은 548건의 민원이 제기된 가스 냄새의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인천시가 인근 산업단지와 하수처리장 등 악취 발생지를 모두 추적했지만 도무지 악취 발생지를 찾을 수 없었다. 이른바 ‘연수구 악취 미스터리’다. 이에 올해 환경공단이 나섰다. 악취 추적에는 첨단기기가 동원되지만 핵심기술은 사람이 직접 코로 냄새를 맡는 ‘격자법’이다.
격자법은 독일에서 처음 고안됐다. 악취가 나는 지역을 일정 간격으로 나눠 사람들이 직접 반복적으로 냄새를 맡는 가장 고전적이면서 가장 확실한 악취 추적법이다. 순간적으로 퍼졌다가 사라지는 악취 특성상 첨단기기보다 사람 코가 더 정확할 때가 있다.
악취기술지원부 조성주 부장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기기로 냄새를 채취해 분석하면 대기질 허용기준보다 낮을 때가 많다”며 “실제 냄새를 맡아보는 게 주관적인 것 같지만 민원을 제기한 주민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환경공단은 가스 냄새 민원이 제기된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구역을 30개로 나눴다. 구역간 거리는 약 500m다. 팀원 8명은 이 구역을 돌아가며 직접 냄새를 맡고 기록했다. 기자도 28일 격자법 팀원으로 참여했다. 냄새에 집중하다보니 손에 바른 로션 냄새가 유독 강하게 느껴졌다. 악취 판정원들은 냄새를 정확히 판별하기 위해 식후나 담배를 피운 직후에는 측정하지 않는다. 머리가 긴 측정관은 샴푸 냄새를 피하기 위해 머리를 묶기도 한다.
이날 가스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지난해 가스 냄새 민원은 여름에 집중됐다고 한다. 환경공단은 분기별로 네 번씩 총 16번 격자법을 시행하며 가스 악취를 추적할 예정이다.
물론 첨단장비도 활용한다. 공단은 사전에 연수구 인근 산업단지와 하수처리장 등에서 나오는 냄새를 모아 성분을 분석한 상태다. 6월부터는 이 냄새가 어디서 얼마만큼 나고, 어디까지 퍼지는지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격자법으로 얻은 결론과 장비로 얻은 데이터를 비교해 연말쯤 연수구 ‘악취 지도’가 만들어진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는 악취 원인별 맞춤형 저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수구 악취 미스터리가 이번에는 풀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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