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통신기기는 다름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이 쓰는 인터넷 070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되는 국내 휴대 전화번호로 바꿔주는 ‘발신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다.
중계기 한 대에는 16개 혹은 32개 슬롯이 설치돼 있다. 슬롯에 대포 유심칩을 끼워넣으면 슬롯 램프 전체가 순식간에 초록색으로 깜빡인다.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콜센터가 010으로 시작되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보이스피싱 조직과 결탁한 전화번호 변작 중계소는 오피스텔을 빌려 중계기를 대량으로 보관했으나 단속으로 적발될 경우 범행에 어려움이 커지자 ‘재택알바’를 미끼로 분산시키기 시작했다.
주로 ‘재택알바’를 원하는 가정주부들이 쉽게 꼬임에 넘어갔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일반 가정집에 전파송출장비를 설치하고 잘 관리하도록 당부한 뒤 유심칩을 끼워넣은 모(母)중계기를 통해 중계기들을 원격 조종했다.
주부들은 단순히 통신장비를 관리해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게 되는 셈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 적발된 주부 3명에 대한 입건 여부를 두고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족 콜센터의 어눌함은 옛말…전문성 높인 점조직 형태 ‘분업화’
어눌한 조선족 말투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시도하던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인터넷 전화 공급책, 해캥앱 공급책, 개인정보 공급책, 전화번호 변작 중계소 등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점조직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찰 관계자는 “체계화된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한 사람의 피해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많은 홍보와 단속에도 번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가정에 설치하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기 방조가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일 저금리대환대출을 미끼로 피해자 211명으로부터 20억 4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관리팀장과 전화번호 변작중개소 관계자, 콜센터 직원 등 15명을 구속했다. 총책과 또다른 관리팀장 등 2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수배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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