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드러나면 자치단체들로 확산 가능성
경찰 “현 단계에서는 검토할 사항 아니다”
뇌물을 줬다는 이모씨가 괴산군청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 뉴스1
경찰이 충북 괴산군청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오른 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 규명을 위해 내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관심이다.
3일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글을 작성해 올린 이모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공무원에게 돈을 전달한 과정 등을 조사했다.
당시 이씨는 자신이 운영한 업체 사업자 등록증과 공무원에게 전달하기 위해 돈을 인출한 은행계좌 사본 등을 제출했다.
괴산경찰서도 공무원이 이씨를 상대로 공갈미수,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별건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이 양 방향으로 조사를 하면서 향후 뇌물제공 의혹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인근 자치단체로 번질 공산도 있다.
이씨가 지난달 21일부터 자유게시판과 일부 언론에 자치단체 2∼3곳을 대상으로 뇌물을 줬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괴물의 실체를 처음 본 것은 0000(자치단체)이다. 그 괴물도 깨끗하게 지어진 건물의 근사한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며…1건의 공사를 두고 양쪽으로 받아쳐먹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는 등의 글을 게재했다.
한 언론은 ‘전·현직 군수 2명에게 택배로 돈 보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지만 이 글은 이씨가 “상황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요구해 삭제됐다.
이런 정황 등이 앞으로의 수사방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뇌물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을 뿐 정확한 것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자치단체가 관련돼 있는지 여부는 현 단계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지난 21∼25일 9차례에 걸쳐 공무원 A씨에게 금품과 향응수수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이씨가 올린 글에는 공무원을 만난 장소, 둘 만의 대화와 전화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청주의 한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는 2년 전 해당공무원이 환경수도사업소에서 근무할 당시 3억원 상당의 소각장 관련 공사를 수의계약하려고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경수도사업소는 공사를 공개경쟁입찰로 방식을 바꿨고 수의계약으로 주지 않자 글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무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와 한두 번 만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지만 금품은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씨는 “2017년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해 1000만원을 청주에서 전달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얼마 전 1000만원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과 이씨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뇌물수수 의혹 사실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 괴산=뉴스1)
댓글 0